"미국인의 3대 레저는 주식(stock)투자와 스포츠, 섹스의 3S다".

월가의 인터넷 미디어인 더 스트릿 닷컴이 최근 특집 기사에서 표제로 쓴 말이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투자금융연구소(ICI)는 최근 이 말을 확인시켜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대표적 증권 상품인 뮤추얼 펀드의 수탁 잔고가 지난 98년 4월 "5조달러 벽"을 처음으로 돌파, 세계 은행계를 쥐고 흔든다는 시티 체이스맨해튼 등 미국 5천5백여개 은행들의 총 수신고를 따라잡은데 이어 작년말 현재에는 6조8천4백30억달러로까지 불어났다는 통계다.

"은행의 시대"는 가고 "증권 우위 시대"가 확고하게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에서도 얼마전까지는 은행들의 저축계좌 등 각종 금융기관 수신상품이 "저금"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이제 그 자리를 증권 투자신탁의 일종인 뮤추얼 펀드가 나꿔챘다.

미국 내 9천여개 뮤추얼 펀드의 시장 규모는 82년에만 해도 3천억달러에 못 미쳤고, 1조달러대에 진입한 것은 90년 들어서였다.

9년 남짓한 사이에 여섯 배 이상 불어나는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뮤추얼 펀드가 급성장함에 따라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개인 투자자금이 우세를 보였던 미국 증권시장 판도는 요즘 기관투자 자금의 "2대1 우세"로 역전됐다.

"증시 기관차"로 불리는 뮤추얼 펀드 산업의 초고속 성장은 최근 미국 증시가 일대 조정 국면을 겪는 와중에서도 탄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까닭을 상당 부분 설명해 준다.

투기로 흐르기 쉬운 개인 투자자들의 돈을 흡수해 합리적인 분산 투자에 나섬으로써 미국 증시의 "건전성"을 높여주고 있있는 주역이 바로 뮤추얼 펀드다.

뮤추얼 펀드가 이렇게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저금리 구조와 부동산 시장의 상대적인 안정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은행의 어떤 수신 상품에 돈을 맡겨도 연간 이자율이 5%를 넘는 경우가 드물고, 부동산 투자로 한몫 잡거나 "떼 돈"을 벌기 힘든 상황에서 돈이 뮤추얼 펀드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뮤추얼 펀드들은 개인 투자자들을 대표해 일정한 투자 지분을 확보한 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코퍼릿 가버넌스(corporate governance)"라는 이름아래 경영 간섭에 나서기도 한다.

경영 성과가 시원치 않거나 부실을 발생시킨 경영진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서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단순히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아 재산을 증식시켜주는 일에 그치지 않고, 기업 투명 경영의 감시자 역할까지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