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은 6.15 공동선언 직후에 비해 북한 및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이 차분해지고 비판적인 의견이 늘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북한에 대한 평가는 훨씬 신중하고 깐깐해졌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경협특수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크게 줄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의 흥분과 기대가 가라앉고 현실적인 상황을 더 많이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북한의 태도에 대한 점수가 인색해졌다.

"대화상대로서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 6월15~16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52.3%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이번에는 45.2%에 그쳤다.

대신 "신뢰할 수 없다"는 대답이 41.0%에서 52.8%로 크게 늘었다.

신뢰와 불신의 추세가 역전된 것이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7%에서 2.0%로 줄어 태도가 보다 분명해졌다.

연령별로는 20대만 정상회담 직후보다 북한에 대한 신뢰도가 45.7%에서 49.2%로 다소 늘아났을 뿐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크게 줄었다.

40대에서는 10.3%포인트, 50대는 16.1%포인트 격감했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대화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성세대들이 북한에 대한 믿음을 다시 거둬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에 대한 지원방식에 대해서도 정상회담 직후에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으나 이번 조사에선 40.0%로 격감했다.

대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범위 내에서만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실리적 접근론이 그만큼 늘어났다.

북한 특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대폭 줄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내에 북한에서 대규모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과 관련, 정상회담 직후에는 낙관적 응답이 더 많았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선 부정적 응답이 63.2%로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의 2배를 넘었다.

특히 정상회담 직후 조사에서 긍정이 부정의 2배 가까이 됐던 학생층에서도 부정이 긍정의 2배를 훨씬 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경협의 우선분야에 대해서는 도로.항만.철도 등 사회간접시설 등이 여전히 수위를 차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