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IMT2000'과 정책혼선..최병일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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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는 ''IMT2000의 기술표준을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던 방침을 전면 백지화했다.
새로운 정책 방침에 따르면 기술표준을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강제적으로 ''동기방식을 선정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강행할 경우 IMT2000사업자 중 하나 혹은 둘까지 원치 않는 동기방식을 그들의 기술표준으로 정하는 유감스러운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당초 정보통신부가 어떤 특정 표준방식을 결정하지 않고 업계 자율에 맡기기로 한 것은 크게 두가지 요인이 고려된 것이다.
첫째,기술 표준을 국가가 강제적으로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체간의 경쟁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산업정책인 동시에 국제규범에 어긋난다는 판단이었다.
둘째,굳이 정부가 나서서 기술표준을 선정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최소한 하나 이상의 사업자가 동기 방식을 선정할 것으로 자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서비스 제공업체들 모두 비동기 방식을 강력히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황한 정부는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동기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해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애당초 계획에 의하면 9월말까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런데 9월초 갑작스럽게 기술표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할 때부터 오늘의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동기와 비동기를 둘러싼 치열한 논란이 있으리라는 것은 이 분야 전문가라면 이미 오래 전에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한국이 CDMA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또 CDMA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식 표준에 비해 열세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IMT2000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할 당시 이러한 시장환경과 복수의 표준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었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는 전략을 채택했다.
세개의 서비스 사업자들 가운데 어느 한곳도 동기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들 장비제조업체의 전략부재를 극명히 드러내 보여주는 셈이다.
현재 정보통신부가 표준관련 정책을 급격히 선회하고 있는 것은 사기업의 기술개발 전략 실패를 정부가 나서서 덮어주는 것,바로 그것이다.
물론 IMT2000이 이동통신서비스의 종착역이 아니며,기술이 계속 진화한다는 점에 비추어 세개의 모든 사업자가 비동기식을 선택하는 결과가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러한 방향으로 정책이 구상되고 집행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미 상당기간의 준비와 연구,공청회,많은 의견수렴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 정책이 최종결정을 눈앞에 두고 마치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정책 당국자들의 무소견과 기업 위에 군림하는 전횡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역사는 아이러니컬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경쟁사업자가 허가된 적이 없다.
1992년의 제2이동통신 사업자선정 대통령과 사돈관계라는 이유로 선정된 당시 사업자가 타의에 의해 사업권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그 때문에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도입은 2년 이상 지연되었고 신규사업자가 정책당국이 아닌 사업자들의 집단인 전경련에 의해 결정되는 철저한 행정부재를 경험했다.
96년에 있었던 PCS 사업자선정의 경우 일단 결정된 사업자선정 방침이 장관이 바뀌면서 혼선과 파행을 거듭,급기야 그 당시 정권이 바뀌면서 그 장관은 비리의 의혹을 받고 외국으로 도피하여 현재 귀국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정책당국은 조금도 배운 것이 없는 셈이다.
누가 그랬던가.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국민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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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정책 방침에 따르면 기술표준을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강제적으로 ''동기방식을 선정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강행할 경우 IMT2000사업자 중 하나 혹은 둘까지 원치 않는 동기방식을 그들의 기술표준으로 정하는 유감스러운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당초 정보통신부가 어떤 특정 표준방식을 결정하지 않고 업계 자율에 맡기기로 한 것은 크게 두가지 요인이 고려된 것이다.
첫째,기술 표준을 국가가 강제적으로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체간의 경쟁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산업정책인 동시에 국제규범에 어긋난다는 판단이었다.
둘째,굳이 정부가 나서서 기술표준을 선정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최소한 하나 이상의 사업자가 동기 방식을 선정할 것으로 자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서비스 제공업체들 모두 비동기 방식을 강력히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황한 정부는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동기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해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애당초 계획에 의하면 9월말까지 사업자 선정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런데 9월초 갑작스럽게 기술표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할 때부터 오늘의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동기와 비동기를 둘러싼 치열한 논란이 있으리라는 것은 이 분야 전문가라면 이미 오래 전에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한국이 CDMA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또 CDMA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식 표준에 비해 열세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IMT2000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할 당시 이러한 시장환경과 복수의 표준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었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는 전략을 채택했다.
세개의 서비스 사업자들 가운데 어느 한곳도 동기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들 장비제조업체의 전략부재를 극명히 드러내 보여주는 셈이다.
현재 정보통신부가 표준관련 정책을 급격히 선회하고 있는 것은 사기업의 기술개발 전략 실패를 정부가 나서서 덮어주는 것,바로 그것이다.
물론 IMT2000이 이동통신서비스의 종착역이 아니며,기술이 계속 진화한다는 점에 비추어 세개의 모든 사업자가 비동기식을 선택하는 결과가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러한 방향으로 정책이 구상되고 집행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미 상당기간의 준비와 연구,공청회,많은 의견수렴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 정책이 최종결정을 눈앞에 두고 마치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정책 당국자들의 무소견과 기업 위에 군림하는 전횡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역사는 아이러니컬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이 도입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경쟁사업자가 허가된 적이 없다.
1992년의 제2이동통신 사업자선정 대통령과 사돈관계라는 이유로 선정된 당시 사업자가 타의에 의해 사업권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그 때문에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도입은 2년 이상 지연되었고 신규사업자가 정책당국이 아닌 사업자들의 집단인 전경련에 의해 결정되는 철저한 행정부재를 경험했다.
96년에 있었던 PCS 사업자선정의 경우 일단 결정된 사업자선정 방침이 장관이 바뀌면서 혼선과 파행을 거듭,급기야 그 당시 정권이 바뀌면서 그 장관은 비리의 의혹을 받고 외국으로 도피하여 현재 귀국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정책당국은 조금도 배운 것이 없는 셈이다.
누가 그랬던가.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국민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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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