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기술표준에 관한 새 방침을 발표한 10일 오후 5시.정통부 기자실에는 외신기자들까지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방침 변경을 발표하는 안병엽 장관은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하기도 했다.

안 장관은 "기술표준문제를 가능한한 시장친화적으로 풀려고 노력했는데 안됐다"며 "방침을 바꿔 정부가 개입하게 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안 장관의 기자회견 직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을 신봉하는 기획원 출신 장관이 시장의 생리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망신을 당했다"고 꼬집었다.

금년초 어느 이동전화회사 최고경영자가 동기식을 채택하겠다고 한 말만 믿고 동기식 사업자가 나오길 바라는 속셈을 숨긴채 ''업계 자율''을 내세웠다가 방침을 바꾸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안 장관 입장에서 보면 말을 바꾼 최고경영자가 야속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정보통신시장에서 경영자의 말 한마디가 반년동안이나 변하지 않기를 바랐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안 장관 또는 정통부가 시장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다는 두번째 근거로 방침을 발표해놓고 한참 지난 뒤에 기술표준협의회를 만들어 ''사실확인''을 한다며 법석을 떨었다는 점을 꼽았다.

사실확인은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해야지 정책을 발표해놓고 사업신청을 받기 직전에야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통부의 오판은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정통부 간부들은 금년 봄 "업계 자율에 맡겨도 동기식 사업자가 나올 것이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기식을 채택하는 사업자가 반드시 나오게 되어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정통부의 정책 변경에 대해 업체의 한 임원은 "차라리 애초부터 이런 방침을 내놓았더라면 아무런 군소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내심 동기식 채택방침을 정해놓고 입으로는 ''업계 자율''을 떠들었던 것은 손 대지 않고 코 풀려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광현 정보과학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