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정부가 개혁을 특정 시점에 완전히 매듭짓겠다는 식의 "이벤트"성 행사로 몰아가는데 대해 짜증을 내고 있다.
그 이벤트성 행사가 실패로 돌아갈 땐 냉소적으로 바뀐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개혁을 진두지휘했던 지난 98년.
이들은 5개 은행을 퇴출시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상시감독체제를 강화하겠습니다. 특정 시점에 비상 조치를 취하는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금융기관은 이미 마련돼 있는 투명한 기준에 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채 2년이 안돼 2차 금융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떠들썩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완료시점을 올해말이니 내년 2월말이니 하는 식으로 못을 박았다.
개혁은 일회성으로 할수 있는 혁명이나 쿠데타와 다르다.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며 강약 조절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싶은 욕심에서인지 전시행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업퇴출도 마찬가지다.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회생가능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은행의 원초적 기능인데도 정부는 거창한 행사처럼 떠벌리고 있다.
은행은 정부가 예고한 것처럼 11월말까지 부실을 청산하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시작할수 구조로 돼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개혁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업적지향주의가 때로는 조급증을 낳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을 피로에 젖게 만드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내년에는 시스템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부실해지면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정상화방안을 내도록 한뒤 여의치 않을 경우 별도로 처리하면 된다.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감독기준을 제대로 만들어 적기에 발동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처리방침을 체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시스템에 의한 개혁이 이뤄지면 요란한 소리도 나지 않는다.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년 성장률은 5-6%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기둔화에 미리 대응하는 것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