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미국 나스닥 폭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나스닥의 침체에도 반등세를 지키던 꿋꿋함은 오간데 없어졌다.

나스닥의 폭락은 첨단기술주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코스닥시장이 나스닥지수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장도 나스닥의 지속적인 추락이라는 악재를 견뎌내지는 못했다.

문제는 나스닥 하락의 주요 원인이 첨단기술주의 실적부진이라는 점이다.

단기간에 상황이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코스닥시장이 혼조세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달초 나타났던 ''코스닥 독립선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가 폭락=11일 코스닥지수는 7.19포인트 하락한 85.85로 마감됐다.

3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 이틀은 나스닥 급락이라는 악재에도 약보합으로 선방을 했다.

그러나 나스닥지수가 연중최저치에 근접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장중 투매가 나오기도 했다.

벤처지수는 15.68포인트 떨어진 177.31을 기록했다.

한경코스닥지수 역시 3.13포인트 하락해 35.17로 주저앉았다.

이날 시장은 나스닥의 충격으로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였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오른 종목은 78개(상한가 32개 포함)에 불과했다.

반면 하락종목은 4백88개였으며 이중 1백22개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전장에서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다가 오후들어 지수가 하락하자 매도물량을 늘리는 모습이었다.

반면 외국인들은 오후장에 저점에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6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투자가들은 2백3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불투명한 나스닥시장 전망=연중최저치가 지지선으로 작용할 지가 관심일 정도다.

나스닥지수는 10일(현지시간) 현재 3,240.연중최저치인 지난 5월23일의 3,164보다 경우 75포인트 위에 있을 뿐이다.

이것도 위태롭다.

10일 장 종료후 장외거래에서 나스닥의 주요 기업중 하나인 루슨트테크놀로지가 23%나 폭락했다.

11일(현지시간)시장에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중 최저치는 경신될 게 분명하다.

나스닥시장의 하락세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됐다.

첨단기술주의 실적저하가 주요 원인이다.

반도체 경기논쟁에 이은 실적저조 발표는 주가를 한없이 끌어내리고 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PC경기가 침체되면서 반도체 컴퓨터 통신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첨단기술주의 실적이 떨어지고 있다"며 "시장전문가들 사이에도 첨단기술주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은 어디로 갈까=나스닥시장이나 거래소시장과의 연동성이 강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최근 나타난 반등장세는 나스닥시장의 폭락으로 1차 종결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는 혼조양상을 띠며 나스닥의 눈치를 보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코스닥시장 매매비중은 낮지만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거래소나 선물 등 코스닥시장의 주변환경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첨단기술주의 신뢰 상실로 삼성전자 등을 외국인이 계속 판다면 코스닥시장 역시 상승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첨단기술주가 신뢰를 회복하는 게 지수반등의 1차 관건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전저점인 75까지는 밀리지 않을 것"(현대증권 오 선임연구원)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지수가 급락하자 외국인들이 저점매수에 나서면서 낙폭이 줄어든게 단적인 예라고 설명한다.

대형주들이 어느정도 저점을 확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전략은=극심한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추세를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 투자정보팀 나민호팀장은 "나스닥시장이 어느정도 안정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반등시에도 추격매수보다는 추세가 확인될 때 까지 기다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