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균 감독의 신작 "청춘"(제작 원필름.14일 개봉)은 스무살 문턱을 어렵사리 넘는 사내아이들의 영화다.

"첫경험"을 열병처럼 치르며 캄캄한 터널같은 그 시기를 지나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았다.

줄거리는 스무살 초입 성적일탈과 방황을 거듭하는 자효와 수인을 중심으로 한다.

자효는 고3때 첫경험을 가진 같은 반 여자친구가 자살한 충격으로 사랑없는 섹스에 탐닉하고,수인역시 여선생을 향한 닿지 못할 사랑에 애달아하며 허무한 섹스에 열중한다.

"겨울나그네""깊은 슬픔"같은 한국적 멜로로 상찬받은 감독은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잘 짚어냈다.

흩날리는 매화꽃잎,순백의 눈발,푸르른 산천...

경남 하동의 수려한 풍광에서 건져낸 영상은 서정적이고 운치있다.

섹스신도 소문만큼 리얼하다.

운동하듯 치러내는 반복적인 섹스나 성묘사는 때로 눈을 의심케 할 만큼 강도높다.

김정현 김래원 배두나 윤지혜등 젊은 배우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연했다.

감독은 "겨울나그네로 시대의 상처를 짊어진 젊음의 고뇌를 그렸다면 이젠 청춘자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90년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청춘예찬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청춘"이 그려내는 청춘의 표상은 다분히 피상적이다.

주인공들에게선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들의 감성은 과거에서 맴돈다.

80년대 모두를 지배했던 시대적 혼돈과 정신적 황폐가 휘발된 지금 "세상이 다 쓰레기라서" 또는 "사랑을 이룰수 없어서" 또는 "지겨워서" 스스로 날개를 접는 나약한 청춘들은 설득력이 없다.

방황의 뿌리역시 얇고 가늘다.

일견 여성에게도 성적 주도권을 준 듯 보이지만 결국 남자에게 집착하고 희생하는 안쓰러운 모습들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