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의 대표 상품인 "참眞이슬露"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고역사를 가진 주류 업체인 진로의 "참이슬"은 브랜드 네이밍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98년 10월 시장에 출시된 이 술은 소주시장을 완전히 평정했다.

일부 경쟁업체들이 새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참이슬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져 10월 현재 소주시장에서 50%를 넘어서고 있다.

창사 이후 최고 기록을 매달 갈아치우고 있을 정도다.

특히 가장 큰 시장인 수도권에서는 10월 현재 점유율이 93%를 기록해 독점상태에 이르고 있다.

외환위기가 시작된 97년 말 부도를 내고 흔들리던 진로는 "참이슬"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회생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 97년 하반기와 98년 상반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가 나전사원이 불안해 했으나 참이슬이 성공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참이슬의 개발을 진두 지휘했던 한기선 부사장은 "참이슬은 회사의 명운을 건 신제품으로 오랜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두꺼비"의 이미지를 살리면서 새롭게 변신하는 회사 이미지를 접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진로는 1924년부터 80년 가까이 한국인과 희로애락을 같이해온 대표적인 국민 기업이다.

두꺼비는 일제 시대와 6.25전쟁 산업화 등을 거치면서 한국인들이 어려울 땐 슬픔을 달랬고 신바람날 때는 즐거운을 함께 나눈 상품이었다.

진로는 소주가 처음 나올 때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순곡으로 소주를 증류할 때 술방울이 이슬처럼 맺힌다 해서 제품명을 "진로"로 만들었으나 이제는 소주의 대명사격인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참진이슬로"는 "참이슬"이라는 진로 본래의 의미를 되살리고 맑고 끼끗한 제품의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진로의 유구한 전통과 젊고 발랄한 세대적 의미를 아울러 담고 있다.

이 술의 이름은 외부 용역을 통해 수집된 여러 이름중에서 대나무숯을 여과한 부담없는 술의 의미와 맛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는 회사측의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됐다.

진로는 "참이슬"을 출시한 후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두꺼비"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어 진로를 변함없이 사랑할 것으로 판단하고 새로운 수요층인 20,30대를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따라 TV CF 등을 통해 "국내 최초로 대나무 숯을 두번 걸러 만든 순한 술"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고 판촉 활동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대학가 등을 집중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김상수 이사는 이에 대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후 거의 6개월간은 영업직 사원은 물론 관리직 사원까지 시내 술집 등을 돌면서 "참이슬"을 주문하고 부드럽다는 평을 퍼뜨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참진이슬로는 정통 소주를 좋아하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이끌어냈고 젊은 층의 수요도 창출해 짧은 시간안에 진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올 상반기중 국내 9개 소주업체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줄어들었지만 진로만 "참진이슬로" 덕분에 판매량이 13%나 증가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도 8백63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화의상태인 진로가 아직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참이슬의 브랜드력과 영업력이 워낙 막강해 회사 정상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국제적 브랜드 가치 계산 공식인 브랜드 측정지수(Diamond Brand Index)로 계산해 본 결과 상표 가치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진로는 일본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세계 8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지 산업인 식음료 업종에서 부도가 난 업체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민들의 머릿속에 진로의 브랜드 이미지가 그만큼 호의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게 진로의 자체 평가다.

진로그룹의 부도로 화의상태에 있는 진로는 국민들이 사랑해주는 브랜드 파워에 희망을 걸고 있다.

서민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진로가 부도 이후에도 오히려 사랑을 더 받고 시장 점유율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브랜드 관리를 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로는 막강한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한편 다른 사업 부문과 보유 부동산 등을 매각해 정상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