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 각국의 문화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일본 문화와 상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5대 오케스트라중 하나인 보스턴심포니는 일본 소니가 후원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보스턴심포니하면 일본 출신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소니의 로고가 조건반사처럼 떠오르게 만들었다.

1991,92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모차르트 서거 2백주년 기념 연주회"에는 도쿄은행 히타치 일본항공 등 일본 기업 10개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1백만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는 3년전 재개관한 것을 기념하는 글이 걸려 있다.

일본경제신문이 주축이 된 일본 기업 6개사의 기부금 후원에 감사하는 글이다.

역시 파리 오르세이 미술관의 소장품을 레노베이션할 때도 일본 기업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세계적인 작곡가들에게 작곡을 의뢰해 세계 초연하는 "국제작곡가 위촉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사는 86년 작곡가 윤이상을 초빙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신예 바리톤 한명원이 우승해 관심을 모은 베르디 국제성악콩쿠르도 일본 기업이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제 문화와 경제를 하나의 통합된 개념으로 보고 있다.

문화가 경제발전으로, 기업 마케팅이 문화 소개로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를 연 셈이다.

"경제대국 일본"이 "문화대국 일본"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문화경제란 키워드를 하루빨리 우리도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