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 동북아경제포럼 한국위원장 >

동북아에서 한반도는 해운 육운 항공에 있어서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어 주변 국가들이 발전하면 할수록 한국의 경제적 역할은 무역 운송 산업 각면에서 비약적으로 증대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동북아 지역의 경제 개발을 촉진하자면 막대한 외자를 필요로 한다.

다행히 국제금융시장에는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많이 있다.

다만 그것을 동북아로 유치하는 공적 장치가 없을 뿐이다.

그래서 동북아개발은행(NEADB)의 설립이 필요하다.

이 은행을 설립하면 한국은 대북 원조비용 일부를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조달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은행을 설립하자면 일본과 미국의 찬성이 있어야 되는데 출자 부담을 고려해 선뜻 나서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은행 설립에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청약자본은 수차의 증자를 거쳐 약 4백78억달러에 달했는데 작년 9월말까지 16개 회원국이 부담한 현금출자는 33억달러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청약자본은 5년 분할 납입의 현금자본과 은행이 위급할 때에 요구가 있으면 납입하겠다고 약속만 하는 대기자본(callable capital)으로 구성되는데 후자가 전체의 9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자본은 주권국의 지급보증과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인데 회원국 정부가 주주이기 때문에 공신력에 문제가 없고 동 은행이 발행하는 공채는 자본시장에서 언제나 AAA의 평가를 받고 따라서 금리도 낮다.

ADB는 1966년에 설립된 이후 불과 33억달러의 현금자본을 밑천으로 작년 9월까지 1천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 역내 개도국에게 배분했다.

ADB의 선례에 따른다면 NEADB의 청약 자본금을 4백억달러로 할 경우 미국과 일본의 부담액은 5년간 매년 10억달러 내외가 될 것이고 한국과 중국의 출자부담은 3억~4억달러(5회에 걸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청약 자본금을 2백억달러로 한다면 부담액은 반감된다.

이 정도의 출연으로 동북아지역의 경제개발이 촉진된다면 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일본이 나서면 미국이 참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미국이 나서면 일본은 물론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중국과 한국이 합세해서 일본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에서 해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일본은 과거의 정치적 부채를 생각해서라도 흑자의 일부를 동북아로 돌릴 만한 명분은 충분히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북 수교에 따르는 유상 원조는 NEADB와 같은 다국적 은행을 통해 공여하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동북아 경제권, 특히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은 은행 설립에 참가함으로써 동북아에 하나의 제도적 거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니 얼마 안되는 돈 때문에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일본과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 남아 있는데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나서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 이번 서울 ASEM에서 한.일.중 정상회담의 기회가 있으니 그 자리에서 우리 대통령이 이 문제를 거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