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산 담배의 전략 수립을 위해 "마일드세븐"과 "켄트"를 놓고 소비자 평가를 실시한 적이 있다.

동질적인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해 한 집단에게는 브랜드명을 알려 주지 않았고 다른 집단에게는 브랜드명을 알려주었다.

매우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브랜드명을 알려주지 않는 소비자 집단에서는 두 제품에 대해 동일하게 평가했다.

"마일드 세븐"의 경우 풀 냄새와 독한 맛이 난다는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나 브랜드명을 알려 준 집단에서는 "켄트"에 비해 "마일드세븐"에 대한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마일드세븐은 역시 부드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맛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대량 생산설비,견실한 재무구조,막강한 유통조직같은 유형자산이 기업의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가온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기업간 경쟁 요소나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바뀌고 있다.

브랜드 자산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쟁 제품과 구별되는 식별 코드 정도로 이해되던 브랜드는 이제 소비자의 최우선 선택 기준이 되면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브랜드는 1980년대 기업간 M&A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특히 중요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기업인수 때 유형자산 외에 브랜드 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인수가격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필립 모리스는 크래프트를 인수하면서 장부가치 외에 무형 자산에 대한 가치를 97억 달러로 산정해 지불했다.

BMW는 롤스로이스의 브랜드를 인수하는 댓가로 6천5백만 달러를 지불했다.

한국존슨이 삼성제약의"에프킬라"를 인수할 때도 영업권(90억원)보다 상표권(2백77억원)이 더 비쌌다.

최근 영국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대차대조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국제회계표준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90년대는 브랜드에 대한 이론적인 체계가 정립된 시기였다.

미국의 에이커 교수는 91년 "브랜드 자산관리(Managing Brand Equity)"라는 저서를 통해 브랜드 자산의 구성 요인을 규명하고 브랜드 확장과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상세히 밝혀 브랜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기업들은 90년대 중반부터 회사내에 브랜드 통합관리를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브랜드 관리가 제품별로 이루어졌으나 이제는 전사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소니의 경우 일본 본사안에 CI 및 지적관리팀을 두어 브랜드 관리 및 부정사용 등을 점검하고 있다.

히타치는 계열사 브랜드의 사용 때 로열티를 지불토록 해 무분별한 브랜드 사용을 막고 있다.

IBM도 각 브랜드를 IBM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결집하고 있다.

2000년을 맞아 기업들은 파워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실행 전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적인 광고대행사나 컨설팅회사들도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루비컴의 "Brand Asset Valuator",토탈 리서치의 "EquiTrend",덴쯔의 "D-BREED" 등을 꼽을 수 있다.

90년대 들어 각광받기 시작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도 이용되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실무자들은 다음의 몇가지를 특히 유념해야 한다.

첫째,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설정돼야만 마케팅 프로그램을 수립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 상충되거나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전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둘째,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조직의 모든 기능들이 통합,관리돼야 한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 가격 유통 및 커뮤니케이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내부 조직의 전반적인 이해를 전제로 사업비전,조직문화,조직의 가치와 연관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는 객관적인 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브랜드 가치는 시장상황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실행돼야 할 것이다.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도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통해 세계적인 파워 브랜드를 배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익태 < 제일기획 브랜드컨설팅그룹 김익태국장 / 경영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