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호 <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 shhwang@cjcyber.com >

요즘 빅딜(Big Deal)이 노딜(No Deal)이 되면서 주가가 빠지는 등 온 국민의 신경이 곤두서고,관계자들은 그 원인을 찾기에 바쁘다.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 기업 인수·합병을 수없이 주선해온 한 은행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우리 나라의 인수·합병 시도 가운데 약 90%가 도중에 깨진다"고 했다.

그 원인인즉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주요 사안보다 조금이라도 양보하면 혹시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공포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또 빅딜에서 있을 수 있는 대박의 가능성과 동시에 ''자칫 크게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교차되면서 협상이 진전되기는커녕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이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그동안 마신 폭탄주에 대한 대가는 받아야겠다"는 태도여서 협상은 제자리를 맴돌기 일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내 사정이지 협상 상대방과는 무관한 것이다.

우리가 폭탄주를 마셨건 말건,공포감에서 방황하건 말건 상대방에게 있어 우리는 그저 투자 대상일 뿐이다.

특히 상대방이 외국인일 경우 한국이 싫으면 대만에 갈 수 있고,그것도 아니면 남미나 세계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다.

빅딜이 실패해도 그들은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보통 힘이 센 상대방의 계약서를 보면 꼭 빠지지 않는 문구들이 있다.

''내 마음대로'' ''안됐을 경우는 네 책임''''네가 나에게 잘 알려주지 않아서 생긴 손해는 과징금까지 물리겠다''는 세가지 말이다.

이 말들은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있다.

해결책은 과연 뭘까.

여기에는 신기술이 있을 수 없다.

''초심''으로,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차피 인수·합병의 객체 입장에 선 바에야 그 입장에 충실해야 한다.

상대방도 사리를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다.

상식 선에서 현실을 인정하고 협상논리를 세우면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떤 마음이었던가.

부도만 나지 않으면,누가 좀 도와주기만 하면,남들이 가진 기술을 빨리 배워 경쟁에 앞섰으면,우리가 온 몸을 던져 회사를 키울 텐데… 제발 좀 믿어줬으면 하는 심정이 아니었던가.

지금 빅딜 협상테이블에 앉은 대다수의 상대방들은 이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굿딜(Good Deal)은 초심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