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미 철강업체들을 비롯해 외국 업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국 업체들이 덤핑 제소를 남발하도록 사실상 방조하는 법을 만들고 있어 국내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법안은 올들어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상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미수출이 급증,미국업계의 강한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국내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 하원은 지난 11일 반덤핑 및 상계관세법 수정안을 찬성 3백40,반대 75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고 상원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네번째 덤핑규제 대상국으로 지난 8월 현재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으로 모두 21개 상품이 통상마찰을 겪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한국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외국 상품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해 거둬들이는 돈을 미국의 제소기업들에 나눠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 기업들은 외국 업체들의 덤핑으로 인한 피해를 이유로 걸핏하면 제소해 자금을 타내려고 할 것으로 보여 한국처럼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기업들은 무차별적인 덤핑 제소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덤핑 조사를 받게 되면 대응 절차가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미국 업체들의 덤핑 제소가 빈발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무역협회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이 입법화를 빨리 마무리지을 방침이어서 오는 18일 상원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무협 워싱턴 지부는 "미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교역대상국의 반발 등을 이유로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내년 예산안을 회기종료 이전에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와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클린턴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협은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업계와 정부 관련부처들의 공동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무협은 우선 미 행정부와 의회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한편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공동보조를 취해 이 법안이 세계무역기구(WTO) 등이 정한 국제 규범에 위배된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야 한다고 정부 당국에 건의했다.

무협은 그러나 미 의회가 예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혀 관련 없는 법안을 ''등에 업히는 식''으로 통과시키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상황이 한국 등 대미수출국에 지극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