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해외자본 유치방식으로 자본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금융권의 2차 구조조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이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외국의 자본을 유치함으로써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선진 기법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와중에 외국인 대주주는 우량은행들간의 합병 등 은행권의 구조조정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한미.하나은행의 외자유치=한미은행은 10월말이나 11월초 께 JP모건과 칼라일 컨소시엄에 이 은행의 지분 17.9%를 주당 6천8백원에 팔아 모두 2천6억원의 자본을 끌여들인다.

컨소시엄은 여기에 추가로 한미은행의 DR(주식예탁증서) 2천5백53억원어치를 개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팔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을 40.7%까지 확보하게 된다.

한미은행은 이번 4천5백59억원의 외자를 유치하게 되면 납입자본금이 1조1천3백15억원으로 늘어나게 돼 연말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4.10%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에 하나은행도 독일의 알리안츠 그룹에 주식 1천4백20만주를 1주당 8천9백원에 팔아 1천2백63억8천만원의 매각대금을 받았다.

하나은행 지분의 12.46%에 해당한다.

하나은행과 알리안츠는 공동출자를 통해 투자신탁운용회사를 설립하고 알리안츠제일생명을 통해 뮤추얼펀드 상품을 판매키로 하는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적극 제공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상당수 은행들의 대주주가 이미 외국자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골드막삭스로부터 5억달러의 외자유치를 했다.

현재 골드막삭스는 국민은행의 주식의 11% 정도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주택은행도 지난해 7월 네덜란드의 ING베어링을 끌어들여 9.99%의 지분을 2억7천만 달러에 팔았다.

주택은행은 ING로부터 파견된 부행장에게 아예 리스크관리를 맞기는 등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재일동포 지분이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51%의 지분이 뉴브리지캐피탈에 넘어가 아예 외국은행이 됐다.

지난 98년부터 외환은행에 7천8백48억원을 출자해 현재 31.6%의 지분을 갖고 있는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는 앞으로 외환은행에 2천억원을 추가 출자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구조조정에 열쇠를 쥔 외국대주주=2차 금융조정을 앞두고 외국인 대주주가 합병 등 구조조정 구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주택 국민 신한 등 상당수 은행들의 경우 대주주를 포함한 외국인 지분이 과반수를 넘고 있는 상태다.

경영권만 한국인 행장들이 갖고 있다뿐이지 실상은 "외국은행"이라는 설명이다.

외국인 주주들은 주주가치 하락을 초래할 합병을 반대하는 등 국내 은행들의 선택의 폭을 줄이고 있다.

우량은행의 은행장들은 시너지를 가져오지 못하고 오히려 주가하락을 불러올 합병은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