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수익원 다변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주식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하던 "천수답형"수익구조를 뜯어 고치려는 노력들이다.

랩어카운트 등 신상품 개발과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A(기업 인수.합병)나 벤처투자는 물론 투자은행 부문의 역량도 강화하는 추세다.

올들어 부쩍 커진 사이버시장을 겨냥해 최첨단 전산시스템 개발도 한창이다.

증권업계의 수익구조 개선노력은 적자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금융산업은 업종간 상품간 방호벽이 걷히며 바야흐로 무한경쟁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해외 증권사들까지 가세해 경쟁의 불꽃은 더욱 거세졌다.

"밑지는 장사"를 하는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증권사들이 몸부림에 가까운 수익원 다변화 노력을 펼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익원 다변화 실패는 경쟁에서의 패배,더 나아가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 증권업계 수익구조=증권사들의 실적은 주식시장 흐름에 무척 민감하다.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 몇천억원대의 순이익을 낸다.

그렇지만 시장이 "죽 쑤면" 쫄쫄 굶기 일쑤다.

주식 위탁거래 수수료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식중개 증권사들은 지난 99년 회계년도 기준으로 매매수수료 비중이 전체 수익의 31.1%를 차지했다.

수익증권 판매수익 비중은 39.1%로 수수료 비중을 넘어선다.

나머지는 자산운용(10.0%)금융수익(19.6%)기타(0.2%)등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증권업계 리딩컴퍼니중 하나인 삼성증권을 보자.

수수료 비중이 63.8%에 달한다.

수익증권 판매수익이 21.0%이고 나머지는 자산운용수익(7.4%)금융수익(4.9%)기타(2.9%)등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능력보다는 감독기관의 금융상품 규제가 이런 기형을 초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투신사의 수익증권을 가져다 팔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들어 시장침체로 펀드 수익율이 떨어지면서 수수료 수입도 급격히 줄고 있다.

<>선진국형 수익구조로 변신=수익구조 변화 노력은 조만간 시판될 랩 어카운트로 본격 촉발될 전망이다.

랩 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성향을 미리 파악해 펀드를 골라주거나 직접 운용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운용실적이 나은 증권사에 많은 고객이 몰리게 마련이다.

해당 증권사는 수수료 수입이 커진다.

증권사들이 가장 비중을 두고 추진중인 분야는 고객들의 돈을 맡아 늘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자산관리(Asset Management)"쪽이다.

삼성 현대 LG 대우 대신등 대형증권사들은 지금 한판 승부를 준비중이다.

수익원 다변화는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강한 분야에 특화하겠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세종증권은 온라인 트레이딩에 사활을 걸었다.

대신증권은 막강한 사이버트레이딩 시스템을 내세워 사이버 시장에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교보증권도 최근 시스템 트레이딩 기법을 내놓고 고객유치에 나섰다.

굿모닝증권은 정직성을 앞세운 "산타클로스"란 상품으로 시장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활발해지는 제휴=다른 나라 증권사들과의 제휴도 수익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

발빠르게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거나 해외 합작투자사 설립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증권사들의 활발한 국내외 제휴는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LG투자증권은 미국 사이버증권사인 E*트레이드증권과 자본 기술을 제휴해 올해초 E*트레이드코리아란 사이버증권사를 설립했다.

일부 증권사들도 해외 선진 온라인 증권사를 대상으로 제휴선을 물색중이다.

동원증권은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일본 홍콩 대만 증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현대증권은 중국내 합작증권사 설립을 위해 중국의 한 종합투자회사와 업무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선진 경영기법과 상품개발 노하우를 받아들이기 위한 출자도 활발하다.

한진증권이 메리트로 다시 태어나고 쌍용증권이 H&Q아시아 퍼시픽의 자본을 받아들여 굿모닝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좋은 사례로 꼽힌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