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꾸 멀어져만 가고 이에 따라 수탁고는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며칠 만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끌어 당기던 호시절은 이미 기억 저편에서 가물거린다.

신상품 시장이 활기를 잃은 지도 오래됐다.

그나마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 몇 곳만 간혹 신규모집을 할 뿐이다.

뮤추얼펀드는 추가가입이 불가능한 폐쇄형 상품인만큼 신규펀드가 없다는 말은 곧 수탁고 감소를 의미한다.

특히 주식형 뮤추얼펀드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현재 운용중인 펀드가 대부분 30%이상 손실을 입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돈이 몰려 들기는 힘들 전망이다.

<>고사직전의 자산운용사=지난 7일 현재 자산운용사의 총 수탁고는 3조4천억원가량.

올들어서는 수탁고가 단 한번의 반등도 없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접투자시장에 투자붐이 일던 지난해 여름 이전과는 비교도 하기 힘든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한때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 곳의 수탁고만해도 3조5천억원에 달했었다.

대우문제로 간접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데다 주식시장마저 힘을 잃어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빠져 나가는 돈을 쳐다만 볼 뿐이다.

현재 운용중인 펀드들의 실적도 투자자들을 모으기엔 너무 초라하다.

플러스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펀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반토막이 난 펀드들만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이에 따라 투신운용사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자산운용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미 투신운용사를 별도 설립했고 KTB자산운용도 연말을 목표로 전환을 추진중이다.

<>희망은 있다=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조만간 허용될 것으로 보이는 개방형 뮤추얼펀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뮤추얼펀드는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때문에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투신사의 주식형 수익증권과 달리 만기(보통 1년)동안은 돈을 찾을 수 없어 단기투자성향을 가진 국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가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최근 환금성이 어느 정도 보강된 준개방형 뮤추얼펀드가 허용되긴 했지만 이 역시 투자자를 유혹하기엔 힘이 약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조금 때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지금이라도 조속히 개방형 상품을 허용,고사직전의 뮤추얼펀드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등 대형기관들의 투자제한이 풀렸다는 점도 자산운용사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소다.

지금까지는 은행 보험사의 경우 뮤추얼펀드에 일정비율이상 투자할 수 없었다.

뮤추얼펀드를 하나의 회사로 취급,출자에 제한을 가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그동안 금융당국에 줄곧 요구해 오던 사항들이 하나 하나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만 되면 내년쯤에는 자산운용업계에도 다시 활기가 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