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신 대한투신 현대투신.

지난 20여년간 국내 투자신탁산업을 이끌어왔던 "대형 3투신"이 환골탈태하고 있다.

"수익증권 판매"와 "펀드운용"이란 한정된 영업에서 벗어나 주식위탁매매뿐 아니라 인수업무 등에 까지 영업범위를 확대하는 등 종합증권사로서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3투신은 모두 수익증권 판매와 증권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와 펀드운용만 맡는 운용회사로 완전 분리됐다.

종전 한국투자신탁이란 회사는 한국투자신탁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나눠졌다.

대한투신과 현대투신도 이렇게 분리됐다.

이에따라 한 회사가 운용과 판매를 병행하는 일체형 투신사는 국내시장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형 3투신이 이처럼 자기변신에 나서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형 3투신이 이끈 국내 투신시장은 우리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들어선 지난 97년말 1차 위기를 맞았다.

97년말 신세기투신이 문을 닫은 후 6개월만에 한남투신이 다시 파산하면서 투신업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다행히 투신사들은 98년말부터 금리가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부실을 말끔히 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지난 99년 8월 대우사태로 인한 "대우채 환매제한 조치"에 따른 신뢰상실과 주가하락으로 인한 원금손실 펀드 속출 등으로 투신권은 치명타를 맞았다.

한 투신사 임원은 "대우채권 환매제한 조치로 인해 과거 20년간 쌓아온 신뢰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참담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상처는 비단 대형 3투신에만 그친 것은 아니다.

한때 2백50조원에 달했던 투신권의 전체 수탁고는 1백40조원대로 오그라드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신사는 물론 주식시장도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간접투자고객의 손실도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급기야 정부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각각 3조원과 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대형 3투신,나아가 투신시장의 정상화없이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이 증권사와 운용회사로 분리된 것도 경영정상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였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양 투신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다.

한때 1조~2조원규모에 달했던 누적 결손 규모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한국투신증권이 4천억원,대한투신증권이 3천2백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증권사와 운용회사로 분리하면서 종전 부실을 모두 증권사가 떠안았기 때문에 한국투신운용과 대한투신운용의 클린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지 못한 현대투신증권은 자체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외자유치가 그것이다.

현대투신증권은 자회사인 현대투신운용의 경영권까지 AIG 등 해외 금융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자체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외부수혈(외자유치)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현대투신증권은 현대투신운용의 지분매각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총 1조1천억원의 외자를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외자유치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현재 1조1천억원규모의 누적결손을 말끔히 털어버릴수 있다고 현대투신은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3투신이 일단 경영정상화를 위한 궤도에 올랐지만 그 속도는 가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러가지 변수가 많기 대문이다.

무엇보다 증시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식시장이 지금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정상화시기는 지연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시가 회복세를 타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주식형수익증권 등 투신사 간접투자상품으로 다시 시중자금이 몰리고 그 결과 투신사들은 잃어버린 영업기반을 되찾아 정상화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결국 스스로 살아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