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관계의 화해 반전은 양국 경제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중진국이 되자면 2010년경 사우디아라비아 총 석유생산량의 절반을 수입해야 할 정도로 물자 수요가 급증해 각종 자원과 해상운송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양국이 30년 내 반드시 한판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중.일관계가 화해쪽으로 기운 것은 양쪽사정이 워낙 급박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기업 및 금융부실,턱에 찬 정부 빚,대량실업사태 등 한계 상황을 한몫에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국 모두 안정적 고속성장이 절실하다.

중국이 WTO 가입에 시큰둥해진 것도 이로써 설명된다.

전면적이고 일시적인 세계화,즉 WTO 가입은 멕시코 태국 한국의 선례에서 보듯 중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으로선 일단 산업간 분업체제가 확실한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심화시켜 안정적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편이 이롭다고 볼 것이다.

일본으로서도 서방 경쟁자를 따돌리고 중국 시장을 선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쌍무 관계가 선호된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현행 국제 금융 및 교역질서를 부정하고,아시아지역주의로 선회하는 일본의 태도는 북.미 관계 개선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미 필리핀과 홍콩을 잃었고 동티모르 사태로 인도네시아까지 잃게 된 상황에서 일본마저 미국에 비협조적이 된다면 미국으로선 북한을 아시아의 거점 대안으로 삼는 방안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커지고 차기 정권이 대북 강경파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북한과 미국의 접근은 극적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이 모든 활동의 진가는 결국 일부 예견되는 세계 대공황의 회피 여부로 평가된다.

전세계가 경제위기에 빠지면 루디거 돈부시 MIT대 교수 말처럼 세계 개방경제 자체가 모두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동욱 전문위원 / 경영博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