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32)씨의 산문집 ''굴비낚시''(마음산책)가 출간됐다.

재기발랄한 젊은이의 ''스크린읽기''는 영화 자체보다 영화에서 촉발된 생각을 중심으로 한다.

김씨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영화안팎에 일격을 가한다.

"인간은 프래자일(fragile)하다.

그중에서도 깨지기 쉬운 프로그램이 감정이다.

사랑이라는 연산은 깨지기 쉬워서 고급사용자들은 웬만해서 수행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알고리듬은 무수한 오류를 생성하고 다른 프로그램 수행에 부담을 준다.

모든 메모리 용량을 혼자서 까먹으며 컴퓨터전체의 속도를 떨어뜨리고 하드디스크에 쓸데없는 파일을 무수히 만들어놓는다.

이쯤되면 바이러스가 아닐까? "

김씨가 주목하는 영화는 ''러브레터''''아메리칸뷰티''''걸온더 브릿지''등 17편.

감상후 12시간부터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냉소''를 특징으로 한다.

김씨가 가장 불만스러워하는 것은 작가의 인생과 문학을 동일시하는 태도다.

''굴비낚시''는 영화의 메시지를 사회적 맥락에서 재구성한다.

''쉘위댄스''에는 일본주식회사에 청춘을 헌납한 중년남자가 있고 ''주유소습격사건''에는 자본주의의 혈액인 기름을 탈취하는 젊은이가 있다.

시인 유하는 "거침없는 입담,경쾌한 사유가 흥미진진하다"고 평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