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이 궁극적으로 통일에 이를 전망은 최근 분단이후 어느때보다 밝다.

지난 6월 남북한 지도자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이후 이산가족 상봉,비전향장기수 송환,시드니올림픽에서의 남북한 동시입장에 이르기까지 최근 남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사례들은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통일이 큰 충돌 없이 평화롭게 이루어질 것이라고만 예측하는 것은 성급한 짓이다.

과거에도 남북한 사이에는 평화와 대화의 기운이 감돌다 급격히 관계가 악화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번에는 과거의 불행했던 관행들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이제 남북한 당국자에게 남겨져 있는 가장 큰 이슈는 막대한 통일비용이 될 것이다.

최근 세계은행등을 포함한 국제기구들의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통일비용은 대략 2조∼3조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경제적인 비용은 통일에 따르는 남북한간 정치 사회적인 문제점들은 차치하더라도 향후 몇십년내에는 통일이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얼핏 보면 한반도의 통일비용은 동서독의 그것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

예컨대 동독의 인구는 서독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았지만 북한의 인구는 거의 남한의 절반정도에 육박하는 것도 통일비용을 높게 보는 이유의 하나가 된다.

이같은 분석들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반드시 옳다고만 볼 수는 없다.

만약 한반도 통일의 과정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주도면밀하게 추진된다면 남한과 주변국들에 지워질 통일의 비용은 당초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감안해야 할 점이 남북한의 군비축소다.

북한은 현재 1백10만명에 이르는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국방산업에 쏟아붓고 있는 예산만 전체 GDP의 30∼40%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군사부문에 투여되는 돈만 다른 생산적인 부문에 돌리면 연간 1백30억∼1백5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남북한 군당국자들이 회동해 군축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북한보다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현재 60만명의 정규군을 육성하고 있는 남한도 군비축소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을 합친 군병력 규모는 40만명 정도가 적정하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대규모 군비축소로 자원을 절감할 수 있지만 실제 북한이 경제개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군축만으로 충당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남북한의 경제개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전제돼야 군축으로 절감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경제개발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것에서부터 잡아나가야지 처음부터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짧은 시일내에 남과 북의 1인당 GDP를 동등하게 만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향후 5∼7년 안에 북한 주민들의 1인당 GDP를 지금의 두배로 만든다는 식의 현실적인 목표설정이 바람직하다.

이같은 합리적인 목표설정하에 한반도 통일이 추진된다면 통일비용은 북한 전체 GDP의 4~5배를 넘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반도 통일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제사회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합리적으로 조정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통일을 방해하거나 늦추기 위해 종종 등장하는 과도한 통일비용논의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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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찰스 울프 교수가 최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