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몰래 담보로 맡겨 돈을 빌려 썼다면 남편은 그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 1부는 17일 우모(51)씨가 "아내가 나와 상의없이 내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하고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운 뒤 1억7천여만원을 빌려 썼다"며 채권자 임모(58)씨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는 연대보증채무의 상환 의무는 없고 피고들은 우씨 부동산에 설정한 근저당권을 말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내 조씨가 남편의 인감증명서 등기권리증 등을 갖고 있었지만 남편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해 돈을 빌리거나 남편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울 권한은 없다"며 피고들도 돈을 빌려주기전에 남편에게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우씨는 아내가 사전 상의도 없이 자신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지난97년2월부터 98년4월까지 5차례에 걸쳐 임씨와 새마을금고 등으로부터 1억7천6백만원을 빌려 쓴 후 빚 독촉이 들어오자 소송을 제기했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