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런던과 뉴욕의 외환딜러들은 영국신문 ''더 타임스''에 실린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인터뷰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뒤젠베르크 총재는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7일까지는 유럽·미국·일본의 공동시장개입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서머스 미 재무장관으로부터 유로화 추가부양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말까지 늘어놨다.

이 여파로 유로화 가치는 이날 곧장 유로당 84.58센트로 급락했다.

지난달 20일의 사상 최저치(유로당 84.4센트)에 육박하는 시세였다.

이렇게 되자 외환딜러들은 일제히 뒤젠베르크 총재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눴다.

유로화 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ECB총재라는 사람이 선진7개국(G7) 통화당국들의 결속력을 자랑해도 모자랄 판에 ''불협화음''을 시인한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시장의 한 딜러는 그의 과거행적까지 들춰내면서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뒤젠베르크 총재는 작년 1월 유로화 출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화의 앞날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뒤젠베르크 총재는 이날 ''지나치게 솔직했다''.사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펀더멘털 격차를 감안할때 유로화 약세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유럽의 성장률과 금리수준이 미국보다 낮아 경제 논리대로라면 유로화 약세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물론 외환딜러들이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러나 유로화 약세는 미국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유로존의 인플레 우려를 높이고 있어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시장에 형성돼 왔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뒤젠베르크 총재로서는 좀더 발언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영국의 또다른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시장이 이날 ''크게 화를 낸 것''은 중책을 맡은 관리의 경솔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뒤젠베르크의 이날 해프닝은 경제 대수술 집도를 앞두고 있는 우리 경제관료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영태 국제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