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아직도 네트워크의 현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성능면에서 개인용 컴퓨터와 대형 컴퓨터간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지만 금융권에서는 컴퓨터를 데이터 단말기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무전용 컴퓨터와 일반 컴퓨터 두 대를 한 책상에서 쓰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필자는 광주은행장을 맡으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분산처리 기법을 응용,은행전산화 업무를 혁신했다.

사실 대대적인 전산화 개혁을 단행한 것은 기존 SI(시스템통합)업체들이 막대한 투자비용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89년 광주은행은 모 업체를 통해 1.2차에 걸쳐 하드웨어 보강작업을 했는데 비용이 약 60억원이나 들었다.

또 1백억원 상당의 소프트웨어를 새로 추천했다.

전산화 작업에 이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비용효과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총 70억원을 들여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전면 개편했다.

그 결과 매년 35억원에 달하던 유지보수비를 20억원으로 줄였고 전산인원도 대폭 축소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사용한 "클라이언트-서버" 구조는 개인용 PC와 지점의 서버,그리고 각 지점 정보를 취합하는 서버 등으로 구성됐다.

이 형식의 분산처리와 정보공유 시스템은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대폭 높였으며 업무 효율성을 가져왔다.

현재 금융권의 전산시스템은 대부분 메인프레임과 단말기 형태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모든 데이터는 한 곳으로 집중된다.

최근 동원증권 사고에서 나타났듯 메인프레임의 사고 한번으로 회사내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된다.

30년전 군사용으로 개발된 인터넷은 메인프레임이 위치한 건물이 적의 공격을 받으면 모든 네트워크가 멈췄다.

전산화에 가장 앞서야 할 금융권은 아직도 이때의 전산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인터넷 뱅킹 시대를 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동원증권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내 모든 컴퓨터를 지점 서버에 연결,데이터를 공유토록 해야 한다.

동시에 중요한 자료는 별도 서버를 둬 특별관리토록 한다.

또 물리적인 데이터 유실을 막기 위해 기존 서버와 떨어진 위치에 백업시스템을 보관토록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각 분산처리 시스템을 제대로 통합하기 위해 현재 각 금융권에서 운영중인 운영체제(OS)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은행이 메인프레임을 구입할 때 운영체제를 같이 사게 되는데 이 경우 한 업체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경우 만약 그 회사가 고가의 가격을 제시한다면 거절키 힘들게 된다.

따라서 서버와 일반 PC에 아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운영체제(유닉스 등)의 사용을 권한다.

또 그런 운영체제에서 작동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진행중인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운영체제의 통합은 핵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이 통합될 경우 각 은행의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서도 시급한 문제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손쉽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됐던 은행전산화 작업도 이제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의 금융전산화 과정을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견주고 싶다.

철기가 좋은 것을 알지만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 관행을 고집한다면 청동기를 사용하는 민족은 철기 민족에게 밀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