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추가자구안은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라는 극약처방을 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출자전환은 기존 주식에 대한 감자(자본금감축)내지는 현 경영진의 경영권박탈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정몽헌 아산재단이사회장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 작용하기 때문에 현대건설에서는 지속적인 반대입장을 펴왔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추가자구안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이 정도 자구노력만으로 유동성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해답이 없다.

일각에서는 "자구노력 부진"->"계열분리"->"출자전환"이라는 현대건설 처리방안이 실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않다.

<>현대건설 자구안=채권단은 현대건설이 낸 자구안을 일단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했다.

아직 정주영 전 명예회장에게 남아있는 현대자동차지분 3%를 담보로 1천억원가량을 해외에서 빌려오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있는 대안으로 평가했다.

또 정몽헌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전자 지분과 아산재단 지분을 추가로 팔아 1천억원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한 일로 받아들였다.

현대건설이 투자한 부동산 등 건축사업에서 1천억원대를 회수하는 작업에도 찬성했다.

현대건설은 이같은 자구노력으로 3천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8월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지분 6.1%를 팔아 현대건설 회사채를 샀던 1천9백억원가량을 현대건설에 출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사재출자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은 "현대건설은 자구노력으로 회생해야한다는 것이 주채권은행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현대건설의 자구안은 만족할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자구안중 부동산 매각 등은 시장상황이 나빠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이번 자구안으로 현대건설은 연말까지 1조4천억원의 빚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이같은 자구계획안이 어떻게 실현될지에 따라 현대건설의 운명은 판가름난다.

채권단은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만큼 이행실적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또 이와함께 현대건설을 계열분리하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현대건설을 계열에서 분리해서 회생작업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은 자구계획을 통해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현대전자 등의 지분을 대부분 매각했다"며 "자구계획안이 완료되면 현대건설의 지주회사 역할은 사실상 끝난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이같은 자구노력과 계열분리 성과를 주시하면서 현대건설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채권단은 자구이행실적이 양호할 경우 현대건설이 금융권의 지원없이 독자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구이행노력이 또다시 부진할 경우에는 특단의 처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국내외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해야한다"며 "자력회생이 어려울 경우에는 출자전환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