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시대책의 하나로 자사주 취득한도를 확대키로 함에 따라 자사주 취득이 코스닥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어떤 기업이 추가로 자사주 취득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가 코스닥시장에는 그렇게 큰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 1백20여개 기업이 직접 매입 또는 신탁의 형태로 자사주를 매입중이거나 매입 완료한 상태여서 추가로 매입에 나설 기업이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또 자사주 매입이 그동안 주가에 보탬이 됐다는 확신이 없어 여력이 있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섣불리 매입확대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18일 코스닥증권시장(주)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모두 49개사.매입 ?예정?금액은 8백84억7천8백만원이다.

또 71개 기업은 자사주 펀드에 가입했다.

펀드설정금액은 모두 1천9백22억7천만원에 달한다.

1백20개 기업이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이미 2천8백7억4천8백만원을 사용했거나 투입 대기해 놓고 있는 상태여서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코스닥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고 해도 증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여서 여유자금을 주가부양에 추가 투입할지는 미지수라고 D증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주주들의 강력한 요구로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서거나 자사주펀드에 잇달아 가입했으나 실제로는 ''시늉''만 하는 정도의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한국볼트의 경우 올 1월 10억원의 자사주펀드에 가입했지만 지금까지 이 펀드에서 사들인 주식은 5천5백만원어치에 불과하다.

메디다스 한글과컴퓨터 대경테크노스 테크노세미켐 해성산업 인성정보 등도 자사주펀드 가입금액의 절반도 주식을 편입하지 않았다.

해성산업은 자사주 펀드를 통해 사들인 9천만원어치의 자사주를 계약만료를 앞두고 모두 처분하기도 했다.

정부는 자사주 취득한도를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으로 확대했다.

기존한도는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에서 재평가적립금 등 각종 적립금을 뺀 금액이었다.

또한 자사주 처분손실에 대해 취득가액의 30% 범위내에서 처분손실준비금을 적립할 수 있도록 해 세금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코스닥 등록기업중에는 적자기업이 적지 않다.

아예 자사주취득이 불가능한 기업이 상당수라는 얘기다.

또한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상장기업에 비해 이익규모가 작다.

자사주취득 한도까지 매입한 기업들은 내년 1월부터 매입여력이 늘겠지만 그 규모자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유상증자로 3천억원이상을 끌어들였던 새롬기술은 자사주취득 한도에 묶여 겨우 9억원정도의 자사주를 취득하는데 그쳤다.

코스닥등록기업의 한 대표이사는 "자사주매입에 8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장 자체가 살아나지 않아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데 주식 몇주 더 산다고 주가가 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