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보통신 전문잡지 레드헤링은 지난 9월 발행한 특집호에서 이스라엘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닌 ''젖과 돈이 흐르는 땅(Land of milk and money)''으로 묘사했다.

전세계 투자자금이 잠재력을 지닌 이스라엘 하이테크 기업들로 몰리고 있음을 빗댄 말이다.

이스라엘 IT 기업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벤처원에 따르면 전체 이스라엘 기업이 올해 2.4분기 동안 국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모두 6억6천3백만달러.

이중 IT기업으로 몰린 금액은 전체의 85%선에 이르며 해외로부터 투자된 자금은 전체 금액의 69%에 달한다.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을 전체 인구로 나눈 1인당 투자금액면에서도 이스라엘이 1백달러로 가장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캐피털의 천국인 미국은 70달러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야콥 나드보르니 이스라엘 수출공사 하이테크 담당관은 "국내외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자금은 모두 60억달러에 이른다"며 "이중 약 2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아직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기업을 물색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포알림사와 공동펀드를 만들기 위해 협의 중인 김종원 현대종합상사 벤처사업팀장은 "요즘에는 펀드를 만들어도 1천억원 수준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자금이 넘쳐나는 요즘 이스라엘 IT기업은 투자회사를 고르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시작된 것은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 민간투자자본은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2천9백만달러에 지나지 않은 아데나펀드가 유일했다.

열악한 조건에서 현재의 상황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93년 이스라엘 정부가 1억달러를 출연해 만든 ''요즈마 펀드''.

''시작(Initiative)''이라는 뜻을 가진 이 펀드는 메말라가는 자금시장에 단비를 내리게 했다.

정부 주도의 펀드가 조성되자 이스라엘의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던 외국자본이 참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3년간 9개의 민간 파생펀드가 만들어졌다.

요즈마 펀드가 국제 벤처자본의 유치를 위한 촉매제 기능을 한 셈이다.

상황이 호전되자 정부는 97년 요즈마 펀드의 경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긴다.

이와 관련, 오나 베리 전(前) 산업통상부 수석과학관(OCS)은 "요즈마 펀드는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풀도록 정부가 도운 다음 빠져 나간다는 한시적 계획 속에서 추진됐다"며 "이로써 민간 투자가들에게 스스로 행동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미래의 그림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요즈마의 역할에 힘입어 현재 이스라엘에는 50여개의 하이테크 관련 벤처캐피털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운용하는 자본 총액은 30억달러에 달하며 연평균 40∼50%의 수익을 내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은 주로 통신과 소프트웨어분야에 투자한다.

두 분야가 총 IT분야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운영방식과 관련, 주목할 만한 점은 벤처캐피털이 단순히 자금만 제공하는게 아니라 기업운영의 전반적인 방향까지 제시한다는 것.

벤처캐피털은 투자에 들어가면서 주요시장인 미국을 잘 아는 사람들을 CEO, 마케팅 담당자로 임명하는 등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심지어 제품까지 미국시장에 맞게 바꾼다.

우수한 엔지니어 출신 창업주가 반드시 뛰어난 경영자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은 최근 해외쪽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스라엘 IT업체들이 주요시장인 미국 등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센터만 이스라엘에 두고 본사를 현지에 세우거나 아예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올 2.4분기 들어 이스라엘에 위치한 IT기업의 투자유치 금액은 1.4분기보다 5%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해외에 있는 이스라엘 관련 기업에는 지난 분기보다 35% 늘어난 5천6백만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5대 벤처캐피털중 하나인 버텍스의 요람 오론 사장은 "현재 벤처캐피털이 운영하는 펀드는 산업통상부 수석과학관의 자금보다 3배 정도 많다"며 "초기에는 정부가 하이테크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벤처캐피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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