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끌어들이는 것은 고사하고 애써 키운 회사를 거저 넘겨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일본에서 근 10년째 벤처기업 일을 하고 있는 한국 A사 일본법인의 Y사장 심경은 요즘 착잡하다.

한국 인터넷벤처를 바라보는 일본기업들의 시선이 예전같지 않아서다.

최근 들어서는 시각변화의 속도가 부쩍 빨라졌음을 그는 느끼고 있다.

이달 초 일본 벤처인들과 함께 서울을 다녀온 그는 두가지 이유 때문에 크게 놀랐다고 했다.

우선 테헤란밸리의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 침체 때문에 활기를 잃었으리라는 건 짐작했지만 일본 벤처인들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풀이 죽어 있어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 놨다.

또하나는 테헤란밸리를 무대로 한 브로커들의 활동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벤처인들에게 해외자본,특히 일본돈과 다리를 놓아 주겠다는 브로커들이 여기저기서 구세주 역할을 자처하고 다녀 일본 사정에 밝은 자신도 놀랐다고 실토했다.

실력과 수완을 갖추고 길라잡이를 자임하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자금에 목마른 기업들을 더 어렵게 만들 사람도 많았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이같은 분위기와 소식이 곧바로 전해져서인지 Y사장은 최근 "한국벤처들 괜찮으냐는 질문을 심심찮게 받고 있다"며 2~3개월전만 해도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던 얘기라고 말했다.

심한 경우는 회사를 거의 공짜로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까지 일본벤처 사이에서 떠돈다고 그는 마음 아파했다.

도쿄의 사정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자금줄을 찾아 일본땅을 찾는 한국 벤처인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일본벤처인들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있다.

마더스와 나스닥재팬등 일본증시에서 일본벤처의 주가가 고꾸라진 현실도 한국벤처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철두철미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본기업들이 덥석 돈을 댈리가 없습니다.

한꺼번에 몰려와 봤자 한국벤처들의 성가만 떨어집니다"

너도 나도 돈줄을 찾아 헤매고,브로커마저 판치는 상황에서는 우리의 ''벤처강국''의 꿈은 일본에서부터 무시당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