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표를 낸 김신정 대우자동차 해외부문 사장이 19일 ''회한의 32년''이란 고별사를 사내 인터넷게시판에 띄웠다.

그의 고별사에는 대우차를 몰락의 길로 몰아넣은 원인분석과 향후 생존책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사장은 "불신은 우리를 병들게 한 질곡이었다"며 "지난 80년부터 회사가 어렵다고 했지만 노사가 대립하고 의심할 뿐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로간에 담벼락을 치고 잘났다고 내세우고 ''나는 책임이 없다는 조직문화''가 대우자동차를 위기로 몰고 갔다"고 술회했다.

이어 "노사간 불신뿐 아니라 부서간,사무직과 생산직간의 불신이 결국 회사의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경영전략적 실책에 대해서도 "85년 이후 희망을 걸었던 르망을 생산했을 때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시 대우는 제너럴모터스(GM)가 개발한 월드카 르망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국내외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GM이 수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르망 판매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 프로젝트의 부진으로 대우는 이미 침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대우 안팎의 분석이고 김 사장도 고별사에서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또 "(90년대 중반) 세계경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를 개발해 재도약을 시도했으나 ''IMF관리체제''라는 불운을 맞아 부채로 남은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전략도 부실을 키우는 방향으로 잘못 나갔다고 실토했다.

"공장을 돌리기 위해 가격을 낮춘 것과 무리한 수출은 더 많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왔다"는 김 사장의 술회는 위기상황인데도 시장흐름을 거역하고 무리한 차입확장경영을 한 것이 결국 대우차를 폐차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사장은 대우차에 남은 후배들에게 "기업 흥망의 열쇠는 사람"이라며 "조직내에서 화합을 우선시하는 기업문화로 바꿔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또 "대우차의 이미지가 떨어진 상황에 품질마저 떨어진다면 미래가 없을 것"이라며 "품질을 생명으로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