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의 한 객실.

언뜻보면 여느 호텔방과 다를 바 없지만 방 한켠에 놓여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컴퓨터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모니터가 눈길을 끈다.

전원을 켜면 화려한 영상의 인터넷 브라우저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어 일어 한국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정보의 바다 인터넷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린다.

TBIS(관광·비즈니스 정보시스템)라는 이름의 이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인터넷 서핑은 물론 e메일 사용에서부터 세계 곳곳의 날씨·환율정보까지 쉽게 얻을 수 있다.

객실 사용료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가하는 각국 대표단의 공식숙소 가운데 하나인 이 호텔은 2백여 객실에 이 시스템을 설치했다.

호텔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벤처기업인 루넷이 개발한 것.

루넷은 ASEM 대표단이 머무는 서울시내 호텔 중 총 7백여 객실에 이 시스템을 깔았다.

한국을 찾은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에게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앞선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는 것.

또 다른 벤처기업인 시공테크.

인터넷 가상박물관 콘텐츠를 만든 이 회사는 ASEM 기간 동안 특수안경을 쓰지 않고 맨눈으로 허공의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ASEM 2000 특별전''에 전시중이다.

이와함께 3차원 영상의 ''비전스테이션''도 내놓았다.

가상박물관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고안한 것.

가상박물관은 인터넷 웹사이트(www.cyberseum.com)에 접속한 뒤 아바타 캐릭터를 지정해 관람하는 사이버 박물관이다.

다른 사람의 캐릭터와 만나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도 있다.

나모인터랙티브 시큐아이닷컴 등 여러 벤처기업들도 ASEM에서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나모는 ASEM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용하는 검색엔진 ''딥서치''를 제공했다.

딥서치는 한글과 영문 검색에 쓸 수 있다.

시큐아이닷컴은 인터넷을 통한 사전등록절차에 공개키기반구조(PKI)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 솔루션은 신상정보를 암호화해 다른 사람이 풀 수 없도록 한 보안장치의 일종이다.

ASEM은 이들 벤처기업엔 한국벤처의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