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큰손 워런 버핏(70)이 세계최대 면도기 제조업체인 질레트의 사령탑을 갈아치우며 투자업계의 진정한 ''실세''임을 다시한번 증명해 보였다.
질레트의 최대주주이자 사외이사인 버핏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사진이 숙고 끝에 마이클 홀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홀리의 수고는 충분히 인정하나 질레트의 CEO 자리에는 누군가 더 적합한 인물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로써 홀리는 18개월만에 CEO에서 물러나게 됐다.
투자금융회사 벅셔해서웨이의 회장인 버핏은 홀리의 사퇴발표 전에 그와 1대 1로 면담, 퇴진을 종용했다.
버핏은 현재 자신의 투자회사를 통해 주요 미기업들의 주식을 대량 매입, 보유하고 있다.
버핏이 미국 CEO를 ''아웃''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말 코카콜라의 더글러스 아이베스터 회장을 퇴임시킨 장본인도 버핏이었다.
역시 코카콜라의 최대 주주인 버핏은 코카콜라 오염파동, 사내 인종차별소송의 책임을 물어 아이베스터로부터 사표를 받아냈다.
버핏은 홀리 해임건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하는 대신 야구선수를 예로 들었다.
그는 "타율이 3할2푼인 타자로 성이 안찬다"며 "3할7푼대의 성적을 내는 타자가 필요하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버핏의 가차없는 결단이 투자자들 맘에 들었는지 이날 질레트의 주가는 4.31달러(15%)나 급등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