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의 비행과 8시간 체류, 그리고 다시 11시간의 비행''

줄리아노 아마토 이탈리아 총리는 ASEM 참가를 위해 20일 오전 서울을 찾은 뒤 이날 오후 다시 본국으로 출국했다.

비행 시간이 왕복 22시간에 달한 반면 서울 체류시간은 고작 8시간에 불과했다.

아마토 총리의 일정이 이처럼 빡빡한 것은 이탈리아 국내 정치 상황 때문.

그는 귀국후 내년 초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집권 중도좌파연정 총리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도 서울∼런던간 왕복 비행시간보다 짧은 22시간 동안 서울에 머물렀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에 도착, 이날 저녁 김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20일 ASEM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한 그는 오전에 열린 첫번째 회의에 참석한 뒤 서둘러 이한했다.

특히 그가 이끄는 노동당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데다 내년 초로 예정된 총선 대비 등으로 블레어 총리는 참가 자체가 어려웠으나 한국의 외교적 노력으로 뒤늦게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도 당초 19일 저녁 한국을 찾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국내사정으로 20일 아침 도착, 일정이 만 하루로 줄어 들었다.

아스나르 총리는 그러나 서울 체류 기간 동안 4차례의 정상회담을 갖는 등 강행군을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각국의 어려운 국내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ASEM에 22명의 정상이 참가한 것은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김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도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