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는 잇따른 리콜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리콜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에서조차 오래전부터 흔하게 있어온 일이고 회사측이 문제점을 미리 개선한다는 예방적 성격을 갖고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한영 현대자동차 상무는 "최근 리콜 증가는 소비자 권리의 신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며 "대부분 자발적 리콜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를 한층 증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리콜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분석이 많다.

엔진이나 트랜스미션등 핵심 부품에 대한 리콜이 생기면 해당 자동차업체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리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품 무상교환수리는 대부분 그 부담이 협력업체에 전가된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애프터서비스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고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리콜이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메이커의 부담도 커져 문제가 달라진다.

특히 포드사처럼 단순 리콜에 그치지 않고 차량의 결함을 은폐하려했다가 발생할 경우는 "브랜드 신뢰의 추락"이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건설교통부가 구형 아반떼에 대해 리콜명령을 첫 발동한 지난 13일의 경우 현대자동차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락,리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대변해줬다.

업계는 잦은 리콜이 소비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킴으로써 판매 전략에 차질이 빚게 된다는 점은 수긍한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특히 안전과 관련된 리콜은 해당 차종의 판매전략을 전면 수정할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며 "제한적이긴 하지만 인터넷등을 통해 불매운동이라도 벌어지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국내시장에서의 리콜은 또 수출용 차량과의 "역차별"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메이커들은 이에 따라 요즘 부쩍 생산및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경우 몇달전 아반떼XD 산타페를 출고하기에 앞서 담당 임직원들의 "품질보장 각서"를 받기도 했다.

현대.기아는 특히 수입차업계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비,중대형차와 레저용차(RV) 품질 향상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있다.

매각지연으로 판매 애로를 겪고있는 대우자동차 역시 노동조합과 현장 중심으로 품질점검에 적극 나서고있다.

김일섭 노조위원장은 "올해 대우자동차가 경쟁회사들에 비해 리콜 횟수가 적었던 이유는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품질관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굿모닝 증권의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 손종원씨는 "대부분의 리콜이 조립결함이 아니라 부품결함이기 때문에 메이커들은 부품업체 관리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며 "포드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투명한 품질경영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