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신화라고 불러도 좋을 대기록이다.
이 엄청난 일을 해낸 자동차가 바로 부가티(Bugatti)다.
부가티는 명성만큼이나 많은 곡절을 겪은 차다.
처음 부가티를 만든 사람은 이태리 밀라노의 대표적인 예술가 가문에서 태어난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였다.
우리가 흔히 "자동차의 천재"라고 하면 독일의 포르쉐 박사를 떠올리는 것처럼 "자동차 예술가"로는 부가티가 맨먼저 손꼽힌다.
그만큼 부가티는 자동차를 예술품의 경지로 끌어 올린 천재 엔지니어였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부가티가 활동하던 1900년대 초반 전세계 예술가의 메카는 단연 파리였다.
이태리에서 파리로 건너와 예술적인 소양을 쌓은 부가티는 1909년 프랑스 알자스지방에 자신의 이름을 딴 "부가티자동차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전체적인 디자인은 물론 부품 하나 하나에도 예술적인 감각을 불어 넣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유명했다.
심지어 "만약 사각형 피스톤이 아름답다면 서슴없이 둥근 모양의 피스톤을 버리고 사각형의 피스톤을 사용하겠다"고 할만큼 예술적인 감각을 중시했다.
그러나 부가티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적 완성도에 있다.
그의 첫 차 부가티TB는 1300cc엔진에 2인승으로 가볍고 작으면서도 속도가 빨라 1910년 9월 독일 산오르기 경주에서 1등을 차지한 후 연승행진을 계속했다.
부가티TB를 이은 다른 경주차들도 대단한 성능을 지니고 있어서 1927년까지 유럽의 각종 레이스에서 모두 1천8백50승을 기록했다.
특히 1924년말 데뷔한 "부가티 타입 35"는 2년동안 자그마치 1천승 이상을 기록,엄청난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부가티자동차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이은 경제공황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어 결국 60년대 들어 문을 닫고 말았다.
그 후 부가티자동차는 1989년 이태리 사업가인 로마노 아르티올리에 의해 "부가티 아우토모빌리"라는 회사로 개명되면서 다시 문을 열어 부가티 탄생 1백10주년을 기념해 만든 현대적인 슈퍼카 EB110을 탄생시키는 등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후 1998년 폴크스바겐의 브랜드로 편입되면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18기통 엔진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채원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