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97) 제2부 : IMF시대 <5> 증오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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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보호자와 간호사가 없는 새벽에 틈을 타 이정숙의 병실에 숨어들어왔대나봐.산소호흡기를 뺀 후 베개로 얼굴을 눌러 질식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당분간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비밀이야"
"정말로 황무석이 그런 말을 했단 말이지?"
권혁배의 말에 백인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현재 수사기관에서는 김명희씨도 주용의자로 보고 있대…"
"그것도 황무석이 얘기했어?"
백인홍이 작은 소리로 묻자 권혁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인홍은 김명희가 이정숙 살해의 주용의자로 올라 있다는 말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김명희가 왜 주용의자래?"
"그거야 뻔하지 뭐.진성호의 내연의 처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권혁배가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김명희가 주용의자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김명희의 행적이 지금쯤 벌써 형사의 추적을 당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김명희가 입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보았다.
그는 당장 김명희를 만나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경고해 주기로 했다.
백인홍은 회사일을 핑계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인홍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극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곧 공연이 시작되므로 김명희를 바꿔줄 수 없다고 극단 직원이 말했다.
백인홍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공연 후 극장에서 만나자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1시간쯤 후 저녁 9시 반경 백인홍은 광화문에 위치한 극장 앞에서 극장 건물 한쪽 벽에 늘어뜨려진 플래카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 공연을 알리는 플래카드에 쓰여진 여주인공 김명희라는 이름에 그의 시선이 잠시 동안 붙박여 있었다.
그는 마음이 흐뭇해졌다.
어느 은행건물의 엘리베이터걸이었던 김명희를 그곳에서 끌어내어 자신의 비서로 채용하였고 거기서 김명희와의 인연이 끝났다면 추한 일이든지,그렇지 않으면 하찮은 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백인홍은 생각했다.
추한 일이란 다른 사람의 눈엔 김명희가 자신의 내연의 여자로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었고,실제로 엄밀히 따져 한때 육체관계를 가졌으니 내연의 여자이기도 했다.
하찮은 일이란 엘리베이터걸에서 오피스걸로 바꿔진 것이 여자에게 좋은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 김명희는 자신의 도움으로 모델수업을 했고 타고난 미모와 재능이 운을 불렀는지 일류 모델로 성장했으며,이제는 플래카드에 뚜렷이 씌어진 그녀의 이름이 증명하듯 훌륭한 예술가로 자리잡았다.
대부분 성공한 예술가의 경우,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운이 따라야 하고 동시에 보이지 않는 남자의 후원이 있어야 하듯이,김명희의 경우 자신을 포함해 세 남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신은 김명희를 엘리베이터걸에서 모델로 변신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고 황무석은 김명희를 대해실업의 전속 모델로 채용했고 진성호는 김명희를 무대 예술인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아니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다,라고 백인홍은 생각을 바꿨다.
김명희는 저명한 영화 감독을 아버지로,미모의 여배우를 어머니로 가진 예술가의 핏줄을 이어받은 재능을 타고났다.
따라서 그녀의 출세는 오래전에 이미 운명지워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보호자와 간호사가 없는 새벽에 틈을 타 이정숙의 병실에 숨어들어왔대나봐.산소호흡기를 뺀 후 베개로 얼굴을 눌러 질식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당분간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비밀이야"
"정말로 황무석이 그런 말을 했단 말이지?"
권혁배의 말에 백인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현재 수사기관에서는 김명희씨도 주용의자로 보고 있대…"
"그것도 황무석이 얘기했어?"
백인홍이 작은 소리로 묻자 권혁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인홍은 김명희가 이정숙 살해의 주용의자로 올라 있다는 말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김명희가 왜 주용의자래?"
"그거야 뻔하지 뭐.진성호의 내연의 처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권혁배가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김명희가 주용의자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김명희의 행적이 지금쯤 벌써 형사의 추적을 당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김명희가 입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보았다.
그는 당장 김명희를 만나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경고해 주기로 했다.
백인홍은 회사일을 핑계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인홍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극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곧 공연이 시작되므로 김명희를 바꿔줄 수 없다고 극단 직원이 말했다.
백인홍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공연 후 극장에서 만나자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1시간쯤 후 저녁 9시 반경 백인홍은 광화문에 위치한 극장 앞에서 극장 건물 한쪽 벽에 늘어뜨려진 플래카드를 쳐다보고 있었다.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 공연을 알리는 플래카드에 쓰여진 여주인공 김명희라는 이름에 그의 시선이 잠시 동안 붙박여 있었다.
그는 마음이 흐뭇해졌다.
어느 은행건물의 엘리베이터걸이었던 김명희를 그곳에서 끌어내어 자신의 비서로 채용하였고 거기서 김명희와의 인연이 끝났다면 추한 일이든지,그렇지 않으면 하찮은 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백인홍은 생각했다.
추한 일이란 다른 사람의 눈엔 김명희가 자신의 내연의 여자로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었고,실제로 엄밀히 따져 한때 육체관계를 가졌으니 내연의 여자이기도 했다.
하찮은 일이란 엘리베이터걸에서 오피스걸로 바꿔진 것이 여자에게 좋은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 김명희는 자신의 도움으로 모델수업을 했고 타고난 미모와 재능이 운을 불렀는지 일류 모델로 성장했으며,이제는 플래카드에 뚜렷이 씌어진 그녀의 이름이 증명하듯 훌륭한 예술가로 자리잡았다.
대부분 성공한 예술가의 경우,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운이 따라야 하고 동시에 보이지 않는 남자의 후원이 있어야 하듯이,김명희의 경우 자신을 포함해 세 남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신은 김명희를 엘리베이터걸에서 모델로 변신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고 황무석은 김명희를 대해실업의 전속 모델로 채용했고 진성호는 김명희를 무대 예술인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아니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다,라고 백인홍은 생각을 바꿨다.
김명희는 저명한 영화 감독을 아버지로,미모의 여배우를 어머니로 가진 예술가의 핏줄을 이어받은 재능을 타고났다.
따라서 그녀의 출세는 오래전에 이미 운명지워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