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아주머니 네 분과 함께 라운드를 나갔죠.첫 홀 티샷부터 심상치 않은 아줌마들.50야드 거리를 남겨두고 묻더군요.

"언니,어디보고 쳐야 돼?" 처음엔 장난인줄 알고 그냥 웃었어요.

아줌마도 그냥 웃으며 더 묻지 않고 치더군요.

더블보기를 했죠.(그날 제일 잘 친 스코어였어요)

캐디들은 골프 잘 치는 사람을 만나면 제일 기분좋은 건 아시죠.저도 마찬가지예요.

잘 못쳐도 매너가 좋으면 그래도 괜찮아요.

그런데 아줌마들은 걸음도 느린 데다 잘 치지도 못하고,거리는 매번 물어보면서 잘 붙이지도 못하고….오늘 난 죽었구나 생각했죠.

그린에서도 질문공세는 끊이지 않았죠."언니.어디가 높아?" 여기까지는 좋아요.

"언니,오른쪽으로 홀 몇 개 볼까?" 이것도 봐줄 수 있어요.

"언니,왼쪽으로 볼을 두 개 볼까? 아니면 한 개 반만 볼까? 아냐 아냐.반의 반개를 보는 게 좋겠지? 언니.한 번 좀 봐봐.왜 그렇게 관심이 없어…"

아! 죽을 지경입니다.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며 아줌마들은 드디어 마지막 파3홀에 도착했습니다.

남아웃 7번홀.아시죠?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해저드를 옆에 끼고 두 개의 커다란 그린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이는 곳.왼쪽 그린을 쓰고 있었죠.

앞팀이 홀아웃하자 "사모님 준비하십시오.내리막까지 1백50? 보세요"라고 했죠.레이크사이드에 오셨던 분들은 이 홀이 어떻게 생겼는 지 잘 아실거예요.

깃대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이죠.그래서 깃대를 향해 티샷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거죠.

그러나 우리의 아줌마,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언니,여긴 어딜보구 쳐야 돼?" 50야드 어프로치때 어딜 보고 쳐야 되느냐고 묻던 그 아줌마였죠.전 순간 입을 열지 못했어요.

스스로 상냥하고 친절한 캐디라고 자부했는 데 이제 저도 어딜보고 쳐야 되느냐는 아줌마의 공격에 지칠대로 지쳐버렸습니다.

너무너무 짜증나고 열받아서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저기 그린 오른쪽에 있는 벙커보고 치세요"라고 했더니만 아줌마 하는 말 "그래 언니,그래야겠지" "……" 할 말이 없더군요.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중에 이런 분은 안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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