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 경희대 경제학 교수 / 아태국제대학원장 >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개혁이 성공 못하면 제2의 경제위기를 맞게 된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를 비롯 위기를 반복해 경험했던 나라들의 경우 대체로 두번째 위기의 충격이 더 컸었다.

경험적으로 볼때,개혁은 ''자발적''이기보다는 ''강요''돼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위기의 재발은 위기극복 노력을 내생화(內生化)시키지 않은데 연유한다.

우리는 IMF라는 ''국제시장이 신뢰하는'' 감독자의 지휘아래 위기를 극복해 왔으며,국제사회로부터 칭찬받으며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그러나 이제 IMF지휘로부터 벗어나게 되자 공교롭게도 다시 위기를 걱정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4대 개혁의 가시적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는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은 아직도 공적자금이 없으면 해결되지 않게 된 상황이다.

기업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분위기는 사라졌고,기업은 부실의 대명사가 됐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방향으로의 노동개혁 효과도 보이지않는다.

공공부문은 오히려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의 상징이 되고있다.

제도와 정책을 국제화에 부응하도록 개혁하지 못해 경험하게 된 경제위기였건만,위기극복 과정에서 국수주의적 운동가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고 있다.

지지부진한 개혁의 책임을 경제관료에게만 떠맡기고 있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시장경제에서는 민간이 주체로 활동하고 정부가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도 주체로 참여할 수는 있겠으나,민간에 대한 간섭을 배제하는 것이 시장경제제도 정착의 관건이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방향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그런데 이해상충을 조정하고 이익집단을 설득하는 일을 정치집단이 아닌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현실에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정부가 경제주체,감독당국,개혁주도의 세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국민 모두를 혼란 속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에 관한 머피의 법칙이 있다.

''일관성을 가진 어떠한 경제개혁 프로그램도 일단은 상황을 악화시킨 후 경제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은 기존체제를 뒤흔들기에 일단은 성장의 감소를 가져오나,시간이 경과한 뒤 새로운 제도가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는 의미다.

점진적 개혁은 충격을 완화하는 장점은 있으나 개혁노력을 지속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전면적이고 급진적인 빅뱅식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흔히 머피의 법칙을 내세운다.

빅뱅식 개혁을 선택하지 않은 한국경제가 성공하는 데에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개혁을 장기간 인내할 만한 이해심과,지식이 경제주체들에게 있는가와 이해상충을 조정하고 이익집단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이 있는가이다

우리는 지금 이 두가지를 국제시장에서 테스트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 경제주체들이 시장경제이론을 배워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시장경제정착의 걸림돌이다.

대학입시에서 경제의 비중이 낮기에,고교에서 경제의 기초개념에 대한 교육조차 제대로 시키지 않는 현실이다.

기회비용,비용과 편익,한계비용,가격,효율과 형평,시장과 정부등 기본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이해 못하는 경제주체들이 시장경제를 잘 영위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선진경제를 보더라도 시장경제는 경제주체의 합리적 행동이 가정되지 않고선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아마도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학교에서 경제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것일지 모른다.

개혁을 추진할 정치집단이 부재하다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정권초기엔 집권경험이 없었다는 이유가 설득력을 가졌으나,아직도 뚜렷한 집단이 생성되지 않았다는 걸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순 없다.

경제관료가 정치적 책임까지 지면서 개혁을 추진할 것을 기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적 식견을 갖춘 정치집단이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위기가 오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