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 서울대 교수 / 경제학 >

지난주 한경을 열심히 본 독자는 구독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만큼 좋은 특집 기획과 분석기사가 많았다.

창간 36주년 기념 특집이라서 더 신경을 쓴 것이겠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대해부, 5대 IT 강국을 가다, 이제는 문화경제시대, 그리고 금융산업 빅뱅과 신주거혁명을 다룬 대도약 대변신 특집 등 무려 5개의 굵직굵직하고 알찬 특집이 있었다.

모두 다 중요하고 시의 적절한 것들이어서 독자들에게 최대의 서비스가 된 셈이다.

또한 창간 특집이 아니면서도 빛이 난 것으로서 2000∼2010 중장기 경제 전망 특집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신문 독자들은 속보성 뉴스에서보다는, 이런 유의 심층분석과 특집기획에서 잘 모르면서도 궁금했던 것들에 정보를 얻으면서 갈증을 해소한다.

요즘 한국인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한국, 그리고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이다.

우선 당장 올해 말과 내년에의 화두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중장기 경제전망 특집은 과감하게 그리고 아주 구체적인 성장률까지 제시하면서 경기예측을 해주어 그 정확성 여부를 떠나 일단 독자들의 수요에 부응했다.

또 97년 위기과정에서 세계 금융시장과 그 주도세력의 파워를 실감한 우리 국민들은 최근의 경제불안과 관련하여 그쪽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 금융시장의 대해부'' 특집은 이런 욕구 충족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면에서 내용뿐만 아니라 시기면에서도 좋았다.

다만 ''이런 경우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식의 한국과 월가의 비교라는 시각을 편집때 반영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산업 빅뱅도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금융산업이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과 성과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되었고, 그런 면에서 중장기 경제전망이나 세계금융시장 해부 특집과 보완적이었다.

여기서 좀더 언급하고 싶은 특집은 2010년까지의 중장기 경제전망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올해 말까지 경기하강, 내년은 약간 상승, 2002년은 상당히 하락, 2003년 다시 회복, 그리고 2006년에 하락후 2007년부터 완만한 긴 상승국면 시작이라는 놀랄 만큼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예상이라는 것은 항상 오류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과감하게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데 대해 일단은 독자의 수요에 부응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그러나 이런 예상이, 대충 개연성이 있다는 심증이 들기는 하면서도 강한 예측의 근거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2007년이다.

2007년부터 소위 ''신경제'' 현상이 한국에도 발생하기 시작하여 완만한 장기 상승세가 시작될 것으로 보았다.

원화 환율도 경제안정에 힘입어 강세기조가 계속되고 특히 2007년 이후에는 8백원 이하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이는 상당히 강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2007년부터의 신경제 현상시작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미국과 10~15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예상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에서와 같은 실질적 경제구조와 경제행위 변화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데에 대한 추가적 분석에 기반한 것인지 독자들은 궁금해 할 것 같다.

또 대선이 있는 2002년에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것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가령 2002년엔 하강 없이 올해 말∼내년 초를 바닥으로, 2004∼2005년 정점까지 아주 서서히 회복되는 경로를 밟을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검토 등 보다 상세한 정보와 견해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klee1012@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