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연구원(IPS)이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공동 학술회의에서 선보이는 "IPS 국가경쟁력" 순위는 경쟁력 평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국가경쟁력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지금까지 경쟁력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작업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적 시각을 탈피,우리 실정에 맞는 경쟁력 평가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IPS 국가경쟁력 순위를 만든 배경이 됐다.

◆ 기존 국가경쟁력 순위의 문제점 =대표적인 국가경쟁력 리포트는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다.

IMD가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는 지난해보다 10단계나 오른 28위였다.

반면 WEF 보고서는 지난해보다 7단계 떨어진 29위로 평가했다.

결과는 비슷하지만 두 보고서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한국의 경쟁력을 평가한 셈이다.

산업정책연구원은 두 보고서가 각국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이론적 틀 없이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몇개의 변수들을 적당히 선택해서 분석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IMD 보고서는 국내경제 국제화 정부 경영 금융 과학.기술 인적자원 등 8개 변수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내경제, 국제화 두 변수가 나머지 6개와 직.간접적으로 중복된다는 것이 산업정책연구원의 평가다.

특히 국가별 순위가 시사하는 정책적 관점이 모호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IMD 보고서에서 미국이 1위를 차지하고 필리핀이 38위에 올랐다면 이 순위에서 필리핀이 얻을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 IPS 국가경쟁력 순위 =IPS가 작성한 순위는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다이아몬드 모델''을 토대로 서울대 조동성 교수가 개발한 ''9-팩터 모델''을 기초로 했다.

특정시점에 한 나라가 가진 부존자원 수요조건 관련지원산업 경영상황 등 네가지 물적요소와 근로자 정치가.행정관료 기업가 전문가 등 네가지 인적요소, 외부요인인 기회 등 총 9가지 변수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모델이다.

IPS 보고서는 국가별 전체 순위 외에도 경제발전단계 등 비슷한 성격의 국가들끼리 그룹으로 묶어 그룹내 비교를 시도, 현실적인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는 장점을 지녔다.

IPS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가중치 및 비가중치 순위에서 모두 24위를 기록했다.

IMD와 WEF 순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두 부문 모두 1,2위는 미국과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 부문에서 43위, 수요조건에서 19위, 관련지원산업에서 26위, 경영상황에서 30위에 각각 올랐다.

인적요소 중에서는 기업가 부문에서 15위로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정치가.행정관료 부문 1위는 싱가포르가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27위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비숙련근로자 부문에서는 38위를 기록해 한국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형으로 이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부문 1위는 인도였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4개국만을 그룹으로 비교한 순위에서 한국은 가중치 및 비가중치분야 모두 최하위인 4위에 그쳤다.

분야별 순위도 모두 3∼4위에 머물러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