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인 런던 필하모닉과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가 오는 11월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지난 1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 이후 올해 최고의 오케스트라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가을부터 런던필의 상임지휘를 맡은 마에스트로(거장) 쿠르트 마주어(73)가 함께 오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런던 필하모닉=1932년 지휘자 토머스 비첨이 창단한 이후 클라우스 텐슈테트까지 이어진 지휘계보가 정말 화려하다.

단정하고 순수한 하모니를 만든 비첨,베토벤에서 후기낭만파에 이르는 교향곡과 모차르트 오페라의 탁월한 해석자인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영국 로열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존경받았던 게오르그 솔티 등이 그 면면이다.

83년부터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텐슈테트는 브루크너와 말러의 명해석자로 이름을 날린 인물.

90년부터 5년 동안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신예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음악감독을 맡아 젊고 활력있는 사운드를 만들기도 했다.

런던필은 그러나 벨저-뫼스트 이후 마땅한 마에스트로를 찾지 못해 전성기의 하모니가 조금은 퇴색되는 듯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텐슈테트도 98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쿠르트 마주어(73)가 상임지휘자에 오르면서 런던필은 다시금 세계 음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동독시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를 이끌었던 정통적 지휘법이 런던필의 명성을 되찾아줄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의 히어로가 될 파올로 올미(46)는 오페라 지휘자로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런던필과 함께 베르디 ''아이다''를 성공적으로 연주해 이탈리아 순회공연을 갖기도 했다.

11월2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라장조''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등을 연주한다.

백주영(바이올린) 협연.3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강충모 협연) 브람스 ''교향곡 2번''을,4일(부산문화회관 대강당) 무대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서혜경 협연)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각각 들려줄 예정이다.

(02)545-2078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러시아 오케스트라의 전설로 남아있는 므라빈스키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은 소련이 붕괴된 뒤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이란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므라빈스키의 지휘봉은 유리 테미르카노프라는 또 다른 걸출한 스타가 물려받았다.

그러면 알렉산드르 드미트리예프가 이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는 어떤 단체일까.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협회는 1802년 창립과 함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꾸렸다.

이어 1953년 페테르부르크 심포니를 산하단체로 영입했다.

77년 이후 ''아카데믹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브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아''란 긴 이름을 갖게 됐다.

결국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심포니는 ''형제 오케스트라''라 볼 수 있다.

드미트리예프(65)는 77년부터 이 교향악단을 지휘해 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향,올해는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눈에 익은 지휘자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음악을 만들어가는 스타일로 러시아내에서는 서구적 색채를 강하게 띠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11월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프로코피예프 ''교향적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등을 연주한다.

다니엘 리(첼로) 협연.21일 예술의전당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3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등을 피아니스트 이경미 협연으로 들려준다.

이경미와 페테르부르크 심포니는 내한공연 뒤 13차례 일본순회공연과 3차례 대만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02)749-1300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