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동아시아 주식시장이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있다.

97∼98년 추락,이듬해 급등에 이어 올 3월 이후에는 다시 숨가쁘게 떨어졌다.

특히 3·4분기 주가 급락으로 몇몇 시장에서는 올해 주가하락률이 40%에 달했다.

중동사태 악화로 유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미국 주가는 널뛰기를 하는 등 국제 상황도 순탄치 못하다.

특히 이 지역은 수입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경상수지 흑자를 깎아먹고 과중한 부채를 지고 있는 기업들은 이익이 줄어든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악재들이 이미 경기가 식고 있는 이 지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더 추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 중국 일본을 제외한 지역 경제가 올해 7% 성장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대답한 경제학자들도 내년에는 잘해야 5.2%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에 97년같은 위기가 다시 올 것으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단기외채를 다루는 노하우를 쌓아 놓은데다 외환보유고도 넉넉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앙은행은 경상수지 흑자를 딛고 주머니를 불려놓았고 구조조정과 외채상환을 통해 외국 단기자본 의존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아시아 경제가 아직 외부 충격에 약하다고 보고있다.

이들은 이 지역이 전자제품을 주축으로 한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을 문제삼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경기가 식고 미국 소비력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내년 아시아 경제 전망이 더 암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은 낮은 이자율이 지역 경제를 소생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낮은 이자율은 외국 자본 유출과 인플레이션 발생이라는 단점에도 불구,대출 촉진,경기 부양,내수 진작이라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낮은 이자율이 수출 감소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을 중심으로 한 이웃나라의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제전망에 있어서 동아시아 지역은 크게 세 부분으로 갈린다.

홍콩 싱가포르가 가장 좋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은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는 그 중간에 끼어있다.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식기 시작하면 홍콩 싱가포르는 오히려 얻는 것이 많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미국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지역 통화가치가 올라 금융과 부동산 경기가 탄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치불안과 경제 문제가 겹친 인도네시아는 정국이 빠른 속도로 안정되지 않는 한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태국은 정부가 개혁파를 멀리하고 민족주의자들에게 편중되고 있는 가운데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도박 스캔들에 걸려 넘어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움직임이 불거지고 있다.

전자제품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은 ''망원경 효과(나스닥 주가등락에 크게 영향 받는 것)''로 인해 주가하락폭이 가장 컸던 지역이다.

나스닥식 투자를 흉내낸 외국인들은 기술 주도주가 다양하지 못한 이 지역에서 삼성전자와 대만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샀다 팔기를 반복,주가 등락폭을 넓혀 놨다.

주가하락이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전자산업 퇴조와 고유가에 따라 내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본이 탄탄한 대만은 부실채권 조절 능력이 충분한데다 한국은 총 GDP가 5천억달러에 달해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일 만큼 큰 시장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명암이 교차하는 동아시아의 운명은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세 나라가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 경제 회복이 뒷받침될 경우 동아시아는 내년을 잘 버텨낼 수 있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영국 이코노미스트 10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