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국세청에는 ''세무조사''가 무서워 수입이 늘었다고 신고하면서도 온 국민이 함께 내는 국민연금은 적게 내려고 소득이 줄었다고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월급쟁이와 농어민,도시 자영업자들이 하나같이 국민연금 소득액을 늘려 신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이 고소득자들이 연금을 적게 내 연금부실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고소득 전문직의 재산과 소득에 대한 조사를 대폭 강화,''벌어들이는 만큼'' 세금을 물리고 국민연금도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4일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홍신(한나라당)의원은 "과세자료 제출 및 관리법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됐지만 자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과세당국과 연금 담당기관이 소득 및 재산자료를 공유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직의 소득감소 신고=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개 고소득 전문직들은 국민연금 신고소득을 작년 12월 월평균 2백91만1천원에서 올 8월에는 2백78만8천원으로 12만3천원(4.2%) 낮춰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종별로 변리사는 25만6천원(8.7%),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6만1천∼12만6천원(1.9∼4.4%),변호사는 13만4천원(3.9%) 줄었다고 밝혔다.

세무사 및 회계사와 관세사 법무사 건축사 등도 소득이 3.3∼9.2% 감소했다고 신고했다.

전문직종 중 공증인만 월소득이 5.6%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고서에서 전반적인 경기부진 등으로 수입 자체가 줄어든 반면 직원들의 월급 등 비용은 오히려 늘어나 소득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신고수입은 증가=그러나 이들 전문직 종사자는 국세청에는 대부분 수입과 소득이 늘어났다고 신고했다.

국세청이 분류한 18개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표(수입액)는 작년 상반기 3조4천20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3조7천8백9억원으로 3천7백89억원(1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부과한 세금은 1천7백19억원에서 2천6백91억원으로 무려 9백72억원(56.5%)이나 늘어났다.

직종별로는 이 기간에 변호사는 수입(과표)이 1억2천7백만원에서 1억4천8백만원으로,회계사는 1억2천만원에서 1억3천8백만원으로 늘어났다고 자진 신고했다.

관세사는 1억8천만원에서 2억원으로,건축사는 2천1백만원에서 3천7백만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감정평가사와 세무사도 약간 증가한 수입을 신고했다.

◆직장인과 농어민들의 성실신고=고소득 전문직들이 소득을 줄이기 위해 애쓴 것과는 달리 봉급생활자와 농어민,도시 자영업자들은 국민연금 소득이 늘어났다고 성실하게 신고했다.

농어민은 월평균 소득이 전문직종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말 65만9천원이었던 소득을 올 8월에는 70만3천원으로 4만4천원(6.7%) 올려 신고했다.

도시지역 가입자도 95만6천원에서 97만1천원으로 1만5천여원(1.6%) 올렸다.

특히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봉급쟁이들은 월평균 1백38만6천원에서 1백49만4천원으로 10만8천원(7.8%) 높여 신고했다.

김 의원은 "고소득 전문직종사자들의 불성실 신고에도 원인이 있지만 국민연금공단이 소득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결함"이라고 강조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