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장래찬 전 비은행검사1국장(금고담당)의 연루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는지의 여부 등 5가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 불법대출금 4백억원의 행방은 =금감원은 24일 동방.대신금고에서 불법인출 금액이 5백14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중 1백14억원(동방 1백5억원, 대신 9억원)이 정 사장 계좌로 간 것까지 확인했다.

그러나 나머지 4백억원이 어떤 루트를 통해 누구의 손으로 넘어갔는지 미궁이다.

이에대해 정 사장은 "50억원은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이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나에게 줬고 1백50억원은 한국디지탈라인 등의 자금압박 해소에 썼으며 나머지 2백억원의 사용처는 분명치 않다"고 주장했다.

◆ ''이경자 리스트''는 과연 있나 =정 사장은 "내가 갖고 있는 리스트는 없다. 인터뷰과정에서 나온 말이 와전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평소 정.관계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웠던 점에 비쳐 볼 때 동방금고에서 불법대출된 자금중 일부가 정.관계 인사에게 흘러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을 뿐"이라는 것.

그는 이어 "이 부회장과 정.관계 인사들간 관계에 개인적으론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다"며 " 검찰수사 과정에서 보다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길 기대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 유일반도체 10억원 제공설의 진위 =정 사장은 올 2,3월께 유일반도체 사장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저가 BW 발행이 문제가 돼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해 이 부회장을 소개시켜 주었으며 일이 마무리된 뒤 유일반도체가 금감원 직원들에게 10억원을 제공했다는게 정 사장의 얘기다.

유일반도체는 지난해 6월11일 당시 시가 10만원(액면가 5천원 기준)보다 훨씬 낮은 주당 2만원의 전환가격에 만기 50년짜리 BW 3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하지만 30억원이 문제가 된 사건의 사례비로 10억원이라는 거액을 건네주었다는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장성환 유일반도체 사장은 이날 "99년 반기보고서에 BW발행 사실을 기재하지 않아 금감원 조사를 받았으며 올 1월 경고조치 당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이나 이 부회장과는 만난 적도 없다"며 로비자금 살포설을 부인했다.

◆ 금감원 국장의 돈 1억원이 들어 있다는 사설펀드는 뭔가 =금감원은 장 국장의 돈이 들어 있는 사설펀드는 평창정보통신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사장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정 사장은 지난 7월 펀드 설립 당시만해도 평창정보통신은 미국 알타비스타와의 합작가능성으로 주가가 오름세를 타 서로 들어오려고 했다는 것.

정 사장은 류준걸 평창정보사장으로부터 평창정보통신 주식 25%(3백억원어치)를 넘겨받아 이중 2백30억원은 자신이 직접, 나머지 70억원은 한국디지탈라인 비서실이 주도해서 펀딩했다고 설명했다.

평창정보통신 1주당 1만2천원선에서 자금을 모았다.

그는 또 "비서실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펀딩에 장 국장 이름은 없었다"며 "추측컨대 지난 3월 평창정보통신 3만주를 8천1백원에 넘겨받아 재미를 본뒤 차명으로 참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금감원, 정현준 게이트 고의 은폐했나 =은폐 의혹은 두가지 부분에서 제기된다.

우선 작년 10월 정 사장과 이 부회장이 대신금고에서 각각 37억6천만원과 11억원을 불법인출, 이 돈으로 동방금고를 인수한 사실을 금감원이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조치를 내린 점이다.

당연히 ''예금자보호'' 차원에서 영업정지감이었지만 대신금고 대표자와 감사를 면직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정 사장과 이 부회장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

당시 검사담당이던 장 국장이 연루됐으며 장 국장 윗선도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금감원이 지난 9월 인사에서 장 국장을 보직에서 제외한 것도 그의 비리를 미리 알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다.

김동민.박수진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