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 폭락으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처해 있다.

벤처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도 냉담하기만 하다.

한때 "벤처만이 희망"이라고 부르짖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제 "벤처거품론" 운운하며 벤처시장을 기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벤처로 향하던 젊고 실력있는 고급인력들의 발길도 뚝 끊긴 상태다.

국내 벤처기업들은 현재 심각한 자금난과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나스닥 지수 3,000선이 위협받으면서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

미국내 상당수 닷컴기업들은 고사위기에 처한 상태고, 고급인력들도 최근에는 수입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금융권이나 컨설팅업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유명 MBA 스쿨 학생들은 전자상거래 용어인 B2B와 B2C를 Back to Banking, Back to Consulting으로 표현하며 최근의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돈과 사람의 가뭄보다도 벤처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이다.

"벤처거품론" "벤처대란설" 등 벤처기업에 대한 성급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들은 많은 벤처업계 종사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96년부터 인터넷 벤처에 몸담았고, MBA 스쿨에서 전자상거래(EC)를 공부한 필자로서는 현재 우리가 처한 벤처환경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이번 위기가 뛰어난 기술력 및 성장잠재력을 갖춘 우량 벤처기업과 "무늬만 벤처"인 부실한 벤처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벤처환경을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보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내에는 이미 충분한 인터넷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국내 유선인터넷 인구는 벌써 1천6백만명을 넘어섰고, IMT-2000(영상이동통신) 서비스 개시 이후에는 무선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의 폭발적 이용이 예상된다.

현재 무선 이동통신 이용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단문전송 서비스(Short Message Service)와 일본 NTT도코모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i-모드의 히트에서 쉽게 무선인터넷 시장의 급성장을 예측할 수 있다.

둘째, 기업활동 자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원재료를 사서 가공,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가치사슬(Value Chain)이라고 하는데 이 가치사슬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B2B와 B2C는 이미 기업의 유통채널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셋째, 인터넷은 이미 우리사회에서 개인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공유의 수단으로 확고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국내 벤처환경은 일부의 우려처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충분히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와 같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본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우수한 인터넷 벤처기업의 육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잠깐의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벤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하지 않은 채 투자를 전면 중단한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후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성급한 판단으로 우수한 기술력과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우량벤처기업들을 고사시킨다면 어렵게 일궈낸 "벤처문화"가 채 꽃피우기도 전에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jaehanj@mirae-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