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심장' 월街 대해부] (9) '세계자금의 '화수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월가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관광 명소인 맨해튼의 볼거리 중 하나다.
특히 오전 9시30분과 오후 4시 열리는 개장 및 폐장 벨을 누르는 행사는 흥행성 높은 "이벤트"다.
때론 국가원수나 상장기업 대표가 누르기도 하고, 때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뉴욕 양키스팀의 선수 등 특별한 손님들이 누른다.
이 이벤트에 초청되는 인물은 매번 다르다.
하지만 초청인사 옆에는 늘 같은 사람이 서 있다.
리처드 그라소 NYSE 회장이다.
지난 68년 베트남전 참전후 거래소에 입사한 그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거래소 2백8년 역사상 첫 "자사 출신 CEO(최고경영자)"다.
73년 시장부장, 81년 수석 부사장, 88년 사장 등 NYSE의 산 증인.
하지만 그의 인생 역정은 증권거래소뿐 아니라 미국 증권시장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이력서에 나타나지 않은 이력중 가장 재미난 것은 그가 13살때인 50년대 후반 처음 주식 투자를 했다는 것.
뉴욕 퀸스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생 시절인 당시 아르바이트하던 약국 옆에 있는 증권사에서 처음 주식을 샀다.
미성년자인 만큼 어머니 이름을 도용했다.
그때 산 주식은 약국에서 일하면서 친숙해진 제약회사 주식.
''10대''가 그것도 ''1950년대''에 주식을 알았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당시부터 주식은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지금도 학력 지위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주식을 산다.
국민들의 재산 구성 항목 중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년 12%에서 최근에는 30%를 웃돌 정도(월 스트리트 저널)로 주식 투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주식과 한평생을 산 그라소 회장이 요즘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국제화.
증권거래소의 국제화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안방에서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기업에는 막대한 자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래서인지 지난 92년 1백18개였던 NYSE 상장 외국기업이 최근 51개국 4백27개사로 늘었다.
전체 상장기업(약 3천50여개)의 13% 선이지만 주로 대형 우량 기업인 만큼 시가총액은 전체(16조달러)의 35% 선인 5조5천5백억달러에 달한다.
외국기업들의 주식이 뉴욕에서 자국 화폐로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게 그라소 회장의 야심찬 포부다.
국제화 추세는 나스닥이 한발 더 빠르다.
지난 71년 생긴 나스닥은 아예 ''최초의 진정한 국제 증권시장''을 표방하고 있다.
"24시간 전세계 투자자와 시장을 한데 묶는 첨단 전자거래 네트워킹을 구축할 날이 멀지 않았다"(프랭크 자브 회장)고 자신한다.
이 두 거래소는 곧 거래시간을 새벽 5시에서 밤 10시까지로 크게 늘릴 예정이다.
아침장엔 유럽, 저녁장엔 아시아와 같은 시간대로 거래하기 위해서다.
뉴욕시장은 상장되기 힘들지만 한번 상장되면 ''뉴욕''이 주는 혜택을 한껏 누릴 수 있다.
한국기업의 뉴욕 상장 1호인 포항제철.
6년 전인 94년 10월 NYSE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뒤 이곳에서 A급 대우를 받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많지만 이곳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98년 7억5천만달러를 증자했고 최근 산업은행 등 정부 투자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철 주식을 18억달러에 매각하는 등 모두 25억5천만달러를 ''포철''의 이름으로 조달했다.
이달 초 NYSE에 ADR 상장작업을 끝내고 폐장 벨을 누르는 ''이벤트''까지 가졌던 김정태 주택은행장도 "뉴욕 상장의 최대 혜택은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뉴욕은 세계 자금의 ''화수분''이다.
NYSE와 나스닥에서만 전세계 주식시장의 절반 이상인 20조달러(시가총액 기준)가 넘는 자금이 넘실거린다.
하루 거래대금만 해도 3백억달러를 웃돈다.
상품시장 국공채시장 등을 포함하면 월가를 맴도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미국인은 전체 유권자의 55% 이상이 주식 투자자들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유권자''가 아닌 ''주식 투자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있다.
월가란 지명에서 ''월(Wall)''은 1650년대 이곳에 들어온 네덜란드인들이 인디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세웠던 담에서 유래한다.
이제 월은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돈을 지켜주는 담을 뜻한다.
그 월가를 지켜주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 특별취재팀 : 한상춘 전문위원, 이학영 차장(국제부), 육동인 특파원(뉴욕), 강은구(영상정보부), 김홍열(증권1부) 기자 ]
특히 오전 9시30분과 오후 4시 열리는 개장 및 폐장 벨을 누르는 행사는 흥행성 높은 "이벤트"다.
때론 국가원수나 상장기업 대표가 누르기도 하고, 때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뉴욕 양키스팀의 선수 등 특별한 손님들이 누른다.
이 이벤트에 초청되는 인물은 매번 다르다.
하지만 초청인사 옆에는 늘 같은 사람이 서 있다.
리처드 그라소 NYSE 회장이다.
지난 68년 베트남전 참전후 거래소에 입사한 그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거래소 2백8년 역사상 첫 "자사 출신 CEO(최고경영자)"다.
73년 시장부장, 81년 수석 부사장, 88년 사장 등 NYSE의 산 증인.
하지만 그의 인생 역정은 증권거래소뿐 아니라 미국 증권시장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이력서에 나타나지 않은 이력중 가장 재미난 것은 그가 13살때인 50년대 후반 처음 주식 투자를 했다는 것.
뉴욕 퀸스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생 시절인 당시 아르바이트하던 약국 옆에 있는 증권사에서 처음 주식을 샀다.
미성년자인 만큼 어머니 이름을 도용했다.
그때 산 주식은 약국에서 일하면서 친숙해진 제약회사 주식.
''10대''가 그것도 ''1950년대''에 주식을 알았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당시부터 주식은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지금도 학력 지위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주식을 산다.
국민들의 재산 구성 항목 중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년 12%에서 최근에는 30%를 웃돌 정도(월 스트리트 저널)로 주식 투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주식과 한평생을 산 그라소 회장이 요즘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국제화.
증권거래소의 국제화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안방에서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기업에는 막대한 자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래서인지 지난 92년 1백18개였던 NYSE 상장 외국기업이 최근 51개국 4백27개사로 늘었다.
전체 상장기업(약 3천50여개)의 13% 선이지만 주로 대형 우량 기업인 만큼 시가총액은 전체(16조달러)의 35% 선인 5조5천5백억달러에 달한다.
외국기업들의 주식이 뉴욕에서 자국 화폐로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게 그라소 회장의 야심찬 포부다.
국제화 추세는 나스닥이 한발 더 빠르다.
지난 71년 생긴 나스닥은 아예 ''최초의 진정한 국제 증권시장''을 표방하고 있다.
"24시간 전세계 투자자와 시장을 한데 묶는 첨단 전자거래 네트워킹을 구축할 날이 멀지 않았다"(프랭크 자브 회장)고 자신한다.
이 두 거래소는 곧 거래시간을 새벽 5시에서 밤 10시까지로 크게 늘릴 예정이다.
아침장엔 유럽, 저녁장엔 아시아와 같은 시간대로 거래하기 위해서다.
뉴욕시장은 상장되기 힘들지만 한번 상장되면 ''뉴욕''이 주는 혜택을 한껏 누릴 수 있다.
한국기업의 뉴욕 상장 1호인 포항제철.
6년 전인 94년 10월 NYSE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뒤 이곳에서 A급 대우를 받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많지만 이곳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98년 7억5천만달러를 증자했고 최근 산업은행 등 정부 투자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철 주식을 18억달러에 매각하는 등 모두 25억5천만달러를 ''포철''의 이름으로 조달했다.
이달 초 NYSE에 ADR 상장작업을 끝내고 폐장 벨을 누르는 ''이벤트''까지 가졌던 김정태 주택은행장도 "뉴욕 상장의 최대 혜택은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뉴욕은 세계 자금의 ''화수분''이다.
NYSE와 나스닥에서만 전세계 주식시장의 절반 이상인 20조달러(시가총액 기준)가 넘는 자금이 넘실거린다.
하루 거래대금만 해도 3백억달러를 웃돈다.
상품시장 국공채시장 등을 포함하면 월가를 맴도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미국인은 전체 유권자의 55% 이상이 주식 투자자들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유권자''가 아닌 ''주식 투자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있다.
월가란 지명에서 ''월(Wall)''은 1650년대 이곳에 들어온 네덜란드인들이 인디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세웠던 담에서 유래한다.
이제 월은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돈을 지켜주는 담을 뜻한다.
그 월가를 지켜주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 특별취재팀 : 한상춘 전문위원, 이학영 차장(국제부), 육동인 특파원(뉴욕), 강은구(영상정보부), 김홍열(증권1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