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가 25일 간담회에서 4개 부문의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기로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공통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재계는 경영투명성 제고 등 기업구조조정 5대원칙이 전반적으로 원활히 추진되고 있으나 절대 부채규모가 아직 크게 줄어들지 못하는 등 미흡한 점이 남아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따라서 경쟁력 강화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투자의사 결정 합리화와 비수익자산.사업 정리, 에너지 절약및 원가 절감 노력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과잉설비를 안고 있는 업종은 자율조정을 통한 산업별 경쟁력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함께 이사회내 윤리위원회 설치와 계열사별 책임경영체제 확립,사외이사제의 실효성있는 운영, 기업공시 강화 등을 통해 기업 스스로 기업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경영투명성을 제고키로 했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업하기 쉬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덴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선 시각차가 여전하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이 ''뜨거운 감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의 제문제''라는 보고서를 내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 경영활동과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시기 상조의 방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인해 이사회내 파벌조장 등의 폐해가 생길수 있다"며 "대부분 선진국들은 집중투표제 도입여부를 기업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도입하는 기업도 임의규정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또 집단소송제의 경우 기업및 회계법인의 무더기 도산을 초래할수 있는 제도로 소송남발에 따른 업무 마비 등 직접적 폐해와 함께 기업공개를 꺼리도록 만들어 자본시장 발달을 제약하는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준조세 분야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재계는 각종 부담금 부과금 예치금 등의 형태로 아직도 14개종 1백88개 항목의 준조세가 남아 있으며 전경련 회원 1개사당 평균 연간 약 62억원을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세금의 8.2%, 매출액의 0.25% 수준으로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게 재계 주장이다.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에 대해 "의료보험료 등 기업들이 내는 사회보험료까지 준조세에 포함시키는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합병때 고용승계의무조항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제약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재계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측은 난색을 표시했다.

정부와 재계는 재계가 건의한 정책보완과제를 실제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를 검토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 △규제 개혁 △준조세 정비 △부품.소재산업 육성 등 4개 분야에서 실무진이 참여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정.재계는 또 주요 부문별 실물경제 동향을 함께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키 위해 11월말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국가경쟁력 점검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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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의 건의사항 ]

<> 기업구조조정 보완

- 합병시 포괄적 고용승계 의무,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제약 요건 등의 정비
- 합병시 이월결손금 승계요건 완화, 구조조정 관련 양도소득세 감면기간 연장 등 세제지원
-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30% 및 부채비율 1백% 요건 완화
- 집중투표제 정관배제 금지 반대
-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 및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허용 시기상조

<> 법정 준조세 개선

- 부담금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가칭 ''부담금 관리기본법'' 제정
- 농지전용 부담금, 산림전용 부담금 등 단계적 폐지
- 수도권 과밀 부담금 폐지, 건물분 재산세(보유과세)로 통합
- 장애인고용 부담금은 고용 보험과 통합

<> 핵심 규제개혁

- 기업의 수출입 관련 비용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제도의 개선
-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해 민간 이양 및 통관검사 완화
- 공정위 금융거래정보요구권의 연장 철회
- 파견근로 활성화를 통한 노동 유연성 제고
-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철회

<> 부품/소재 산업 육성

- 부품/소재산업발전특별법의 조속한 제정
- 98년 폐지된 부품/소재 국산화 고시제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