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 사장과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이 검찰에 출두함으로써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

동방 및 대신금고 관계자와 불법대출에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도 모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압수수색으로 일부 물증도 확보됐다.

검찰은 우선 불법대출 주동자와 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관계를 대상으로 한 로비가 있었는 지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주범인가=정씨와 이씨는 불법대출 주동사실을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정씨는 "동방금고 3대주주이자 사채업자인 이씨에게 사기당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반면 이씨는 "불법대출 관계는 전혀 알지 못하며 정사장에게 빌려준 2백억원마저 돌려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와 이씨가 초기에는 협력관계였으나 주가가 폭락한 뒤 관계가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동자가 있겠지만 일부는 ''공모''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검찰은 이씨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불법으로 대출된 돈이 정씨의 계좌로 들어가긴 했지만 정씨가 사채인 줄 알고 빌려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씨는 "경영이 어려워져 이 부회장에게 사채를 알선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부회장이 자금을 빌려줘 썼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방금고의 전 노조위원장이던 김기준씨는 "이 부회장에게 받은 돈이 사채인 줄 알고 한달에 5∼6%의 고리를 주며 썼지만 실은 동방금고에서 나간 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따라 회사명의가 아닌 차명계좌를 통해 정씨에게 들어간 2백75억원을 주목하고 있다.

이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을 밝히면 이번 불법대출 주동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의 행방=상당부분이 경영자금으로 쓰였지만 일부는 개인용도로 유용됐고 일부는 로비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씨는 75억원을 유용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적지않은 금액이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로비자금 규모와 대상자를 찾는 게 문제다.

정씨는 불법대출금 중 40억원을 이씨가 로비자금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해왔다.

정씨는 한국디지탈라인 주식투자 손실보전금과 평창정보통신 주식 등으로 6억원이 나갔고 유일반도체 BW(신주인수권부사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씨를 통해 10억원이 뿌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의 비호세력=검찰은 금감원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장 국장 외에도 간부나 그 윗선에 조력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동방금고가 오랫동안 감사를 받지 않았고 △지난해말 대신금고의 62억원 불법대출을 포착하고도 경징계를 했으며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이 고발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는 점 등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금감원 고위간부를 소환해 수사할 예정이다.

◆기타=이밖에 불법대출 자금의 확실한 규모와 사설펀드의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불법대출 자금 규모는 금감원 발표 때마다 달라지고 있다.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자금도 있다.

사설펀드는 로비대상자를 가려내는 차원에서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명단을 받았지만 눈에 띄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