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감독원 사람들은 신경이 있는대로 곤두서 있다.

동방금고 사건으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다보니 그럴만도 하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데 있어 침착성을 잃고 헛발질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밤과 27일 오전 사이에 금감원이 벌인 해프닝이 그 단적인 예다.

26일 밤 KBS 9시 뉴스에서는 "금감원이 전·현직 임직원 1백20명에 대해 계좌추적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금감원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평창정보통신의 주주 약 4천5백명과 금감원 직원중 이름이 같은 1백23명의 명단을 확보,주민등록번호를 대조했으나 모두 동명이인으로 확인됐다"는 요지였다.

한마디로 1백20명에 대한 조사작업같은 것은 없다는 해명이었다.

금감원은 이튿날인 27일 오전에도 기자들에게 같은 내용으로 해명을 했다.

그러나 해명도중 전날밤에는 밝히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 감사실에서 금고 검사관련 임직원 1백16명의 이름과 근무기간,계좌번호가 담긴 명단을 작성해 놓았다는 것이다.

결국 금감원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금감원은 금고관련 임직원에 대해 조사중인 것은 사실인 셈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애초 KBS의 보도가 나온 직후 무작정 "틀린 보도"라고 해명했던 것은 고의라기보다는 착오에 가까웠다.

즉 KBS에서는 감사실에서 작성한 명단을 두고 보도한 것인데 금감원은 평창정보통신 주주명부 대사작업 결과만 놓고 해명한 것이다.

이처럼 금감원이 해명의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은 역시 앞서 지적한대로 요즘 너무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금감원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일단 빨리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상황파악도 완전히 못한 상태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래찬 전 국장의 비리 사건으로 금감원은 진흙탕에 빠진 꼴이 됐다.

하지만 서두르고 허둥댄다고 해서 이 진흙탕 속에서 빨리 빠져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분하게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진실을 규명한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찾아질 것이다.

금감원이 하루빨리 중심을 찾아 기업.금융구조조정의 키를 다시 고쳐 잡기를 기대한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