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사건"은 벤처업계 "문어발식 경영"과 금고업계 "사금고화"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사건은 정.관계 로비로 확산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야할 금융감독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주에도 뉴스의 초점은 정현준 사건에 집중된다.

금감원이 신용금고 검사를 담당한 전.현직 임직원 1백16명에 대한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도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을 구속한 후 수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주로 잡았던 은행들의 퇴출기업 명단 발표를 이번주말로 미뤘다.

이것 마저도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정현준 사건으로 얼이 빠진 탓이다.

퇴출기업 수는 대체로 50개선.금감원이 채권은행들의 느슨한 판정작업을 강력히 경고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쌍용양회 동아건설 고합 진도 등 이른바 "빅5"의 처리방향이 무엇보다 관심이다.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는 주채권은행들이 자구노력을 통한 회생을 강조하고 있다.

동아건설 채권단은 30일 이 회사에 대한 신규자금 3천4백9억원 지원여부를 표결에 부친다.

75%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은행경영평가위원회의 6개 부실은행에 대한 평가 결과도 주초 발표키로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주말께나 내주초로 발표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난감한 일은 감독기관의 도덕성이 훼손된 마당에 퇴출기업이나 부실은행 평가 결과를 당사자들이 수긍하겠느냐는 점이다.

재정경제부가 주중 금감원의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특단의 쇄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지만 상처는 너무 크다.

주식시장은 정현준 쇼크와 일부 기업의 자금 악화설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주에도 동남아국가의 통화가 불안하고 퇴출기업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가는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반도체값이 여전히 급락세다.

투자자들의 반등기대를 충족시킬 재료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번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그룹 변칙 증여.상속과 부당 내부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는 미국 AIG 모리스 그린버그회장의 방한이 초미의 관심사다.

현대증권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3개사의 매각협상이 결론에 이를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해외금융기관들은 현대 금융 계열사 매각을 국내 금융시장 안정화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어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우자동차도 큰 관심거리다.

대우자동차 신임 경영진은 31일 오전 자구계획을 발표한다.

인력 및 임금 감축을 포함한 원가구조개선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축 규모가 예상보다 커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여전히 걱정거리다.

지난주에는 1백28메가D램 가격도 폭락세를 보였다.

PC시장이 침체돼 있는데 반해 D램 공급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가격 하락세가 쉽사리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원가경쟁력이 취약한 일부 업체는 4.4분기에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호 기자 jhkim@hankyung.com


[ 체크포인트 ]

<> 10월30일
.동아건설 채권단 회의
.북.일수교회담(~31일, 중국 베이징)
.미국 AIG 모리스 그린버그회장 방한

<> 31일
.대우자동차 자구계획 발표(대우센터빌딩)

<> 11월1일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청와대)
.미국, 베이징북(경제동향종합보고서) 발표

<> 주중
.채권은행, 퇴출기업 선정 발표
.은행 경영평가위원회 평가결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