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결합은 잘못된 만남인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실적악화가 계속되자 합병성공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크라이슬러 사업부문 자동차판매는 지난 3·4분기 중 전년동기대비 14%나 감소했다.

이 기간 중 미국내 자동차판매 증가율이 4·6%였으며 리콜사태에 시달리고 있는 포드조차 5%나 늘어난 1백만대의 판매기록을 세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형편없는 실적인지 알 수 있다.

이익도 1억1천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92%나 급감했다.

지난 27일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주가는 43.73달러.

합병직후인 지난해 초의 1백7달러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된다.

전문가들은 합병당시 회사측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30억달러의 합병시너지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을 첫째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인사(人事)''였다.

합병당시 크라이슬러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양사는 ''대등한 합병''임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실제 인사는 철저한 ''흡수합병''식으로 이뤄졌다.

크라이슬러 출신 경영자들의 사직과 조기퇴임이 줄을 이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 96년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개발비를 수십억달러로 늘리는 대신 차값을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개발비용 증가분을 채우자면 다임러처럼 수익성 높은 기업의 ''두둑한 돈주머니''가 필요했던 것.그러나 일본과 유럽자동차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인상전략은 무위로 끝났다.

올해 신차값이 평균 1.5% 오른다는 전제하에 사업전략을 짠 크라이슬러는 가격인상은커녕 경쟁사들에 대항키 위해 차값을 1천달러 이상 할인판매했다.

위르겐 슈렘프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은 지난 26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과감한 원가절감을 통해 회사를 회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월가의 반응은 냉담했다.

바로 다음날인 27일 살로몬스미스바니는 다임러주식의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매도추천''으로 낮췄다.

월가는 "합병실패율 70%라는 통설을 뒤집어 놓겠다"는 슈렘프 회장의 야심에 ''불신임''표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