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TI '하이테크 낙제생'서 21세기 주역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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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라디오를 가능케한 실리콘 트랜지스터 발명-1950년대.
집적회로(IC) 발명-1960년대.
휴대용 전자계산기 발명-1970년대.
전자산업이 한 단계씩 뛰어 오르게 했던 위대한 발명들이다.
이같은 불멸의 업적뒤에 항상 따라붙은 이름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TI).
"연간 4천6백% 주가상승" 등 경이적인 기록들을 갖고 있던 왕년의 대표적인 "불루칩"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후 90년대 중반까지 거의 25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원인은 무분별한 업종다각화.
유전사업 메모리칩 레이더 미사일탐지기 교육용컴퓨터 등 서로 연관성 없는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다.
결과는 85년부터 10년간 매출이 연평균 7% 증가하는데 그쳤다.
94년 매출이 1백3억달러, 증시의 시가총액은 78억달러에 불과했다.
하이테크 분야의 낙제생이라는 소리마저 들어야 했다.
변신은 90년대초부터 시작됐다.
지휘봉을 잡은 제리 정킨스(96년 작고) 회장과 그의 후계자 톰 엔지버스 회장은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모두 떼어 버렸다.
가장 먼저 유전사업을 핼리버튼에 넘겼고(91년) 중형 컴퓨터사업은 휴렛팩커드에 팔았다(92년).
노트북컴퓨터는 에이서로, 미사일 레이더 등 군수사업은 레이손(97년)에 팔았다.
한때 핵심사업이었던 메모리칩 분야마저 2년전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넘겼다.
올초 메모리칩부문을 팔아 넘긴 대가인 마이크로테크놀로지주식 5천8백만주중 2천5백만주를 매각, 16억3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아직 3천2백만주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9억달러 정도한다.
과거사업중 유일하게 남은 것은 교육용 컴퓨터사업뿐이었다.
그런 TI가 올해 1백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94년의 매출을 처음 넘어선 것이다.
수익은 주식매각 이익을 제외해도 당시보다 3배 이상인 21억달러에 이르고 시가총액도 9배 뛴 7백26억달러에 달한다.
원인이 뭘까.
엔지버스 회장은 "과거와 지금은 전혀 다른 회사다. 다른 점은 사업내용이 아니라 사업목적이다. 과거엔 돈되는 시장에 참여하는게 목적이었으나 이제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이기는게 목적이다"고 말한다.
TI가 문어발식 확장고리를 끊어버리고 집중 강화한 부분은 디지털 기어에 사용하는 디지털시그널프로세스(DSP) 칩.
이 사업이 전체 매출과 이익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DSP는 인테넷이라는 거대한 디지털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요소.
인터넷은 물론 전화와 진공청소기까지 "리얼타임"을 요구하는 모든 장비의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핵심기술이다.
''PC 혁명을 인텔이 이끌었다면 인터넷혁명은 TI가 이끌었다''(엔지버스 회장)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TI의 DSP시장 진출은 다소 우연적이었다.
80년대말 레이더시스템에 사용되던 이 칩을 교육용컴퓨터에 적용하려 할때 이 칩이 다른 통신분야에도 활용될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부문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10년간 집중 투자하며 승부를 걸었다.
처음엔 디지털전화시스템에만 적용됐으나 지금은 디지털모뎀, 3차원그래픽보드, 하드드라이브 콘트롤러 등 정보통신쪽에선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TI의 프로세서칩은 인텔의 프로세서칩과 다소 차이난다.
인텔프로세서는 한번에 10개이상을 하도록 디자인됐고 TI프로세서는 한번씩 빠르게 계속 반복한다.
인텔칩이 PC용이라면 TI칩은 인터넷용이다.
그러나 세상을 인텔방식이 아닌 TI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성장시장이 PC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최근의 주식시장 변화도 이같은 움직임을 잘 설명해 준다.
반도체관련 주식이 요동을 치고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텔 등 컴퓨터칩 회사들의 주가가 꺾이고 TI가 증시의 버팀목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초 주당 20달러하던 주가는 1년만에 1백달러선으로 5배 올랐을 정도다.
DSP 한우물파기가 TI를 21세기 새 세상의 주역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
집적회로(IC) 발명-1960년대.
휴대용 전자계산기 발명-1970년대.
전자산업이 한 단계씩 뛰어 오르게 했던 위대한 발명들이다.
이같은 불멸의 업적뒤에 항상 따라붙은 이름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TI).
"연간 4천6백% 주가상승" 등 경이적인 기록들을 갖고 있던 왕년의 대표적인 "불루칩"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후 90년대 중반까지 거의 25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원인은 무분별한 업종다각화.
유전사업 메모리칩 레이더 미사일탐지기 교육용컴퓨터 등 서로 연관성 없는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다.
결과는 85년부터 10년간 매출이 연평균 7% 증가하는데 그쳤다.
94년 매출이 1백3억달러, 증시의 시가총액은 78억달러에 불과했다.
하이테크 분야의 낙제생이라는 소리마저 들어야 했다.
변신은 90년대초부터 시작됐다.
지휘봉을 잡은 제리 정킨스(96년 작고) 회장과 그의 후계자 톰 엔지버스 회장은 불필요한 사업부문을 모두 떼어 버렸다.
가장 먼저 유전사업을 핼리버튼에 넘겼고(91년) 중형 컴퓨터사업은 휴렛팩커드에 팔았다(92년).
노트북컴퓨터는 에이서로, 미사일 레이더 등 군수사업은 레이손(97년)에 팔았다.
한때 핵심사업이었던 메모리칩 분야마저 2년전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넘겼다.
올초 메모리칩부문을 팔아 넘긴 대가인 마이크로테크놀로지주식 5천8백만주중 2천5백만주를 매각, 16억3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아직 3천2백만주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9억달러 정도한다.
과거사업중 유일하게 남은 것은 교육용 컴퓨터사업뿐이었다.
그런 TI가 올해 1백2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94년의 매출을 처음 넘어선 것이다.
수익은 주식매각 이익을 제외해도 당시보다 3배 이상인 21억달러에 이르고 시가총액도 9배 뛴 7백26억달러에 달한다.
원인이 뭘까.
엔지버스 회장은 "과거와 지금은 전혀 다른 회사다. 다른 점은 사업내용이 아니라 사업목적이다. 과거엔 돈되는 시장에 참여하는게 목적이었으나 이제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이기는게 목적이다"고 말한다.
TI가 문어발식 확장고리를 끊어버리고 집중 강화한 부분은 디지털 기어에 사용하는 디지털시그널프로세스(DSP) 칩.
이 사업이 전체 매출과 이익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DSP는 인테넷이라는 거대한 디지털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요소.
인터넷은 물론 전화와 진공청소기까지 "리얼타임"을 요구하는 모든 장비의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핵심기술이다.
''PC 혁명을 인텔이 이끌었다면 인터넷혁명은 TI가 이끌었다''(엔지버스 회장)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TI의 DSP시장 진출은 다소 우연적이었다.
80년대말 레이더시스템에 사용되던 이 칩을 교육용컴퓨터에 적용하려 할때 이 칩이 다른 통신분야에도 활용될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부문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10년간 집중 투자하며 승부를 걸었다.
처음엔 디지털전화시스템에만 적용됐으나 지금은 디지털모뎀, 3차원그래픽보드, 하드드라이브 콘트롤러 등 정보통신쪽에선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TI의 프로세서칩은 인텔의 프로세서칩과 다소 차이난다.
인텔프로세서는 한번에 10개이상을 하도록 디자인됐고 TI프로세서는 한번씩 빠르게 계속 반복한다.
인텔칩이 PC용이라면 TI칩은 인터넷용이다.
그러나 세상을 인텔방식이 아닌 TI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성장시장이 PC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최근의 주식시장 변화도 이같은 움직임을 잘 설명해 준다.
반도체관련 주식이 요동을 치고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텔 등 컴퓨터칩 회사들의 주가가 꺾이고 TI가 증시의 버팀목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초 주당 20달러하던 주가는 1년만에 1백달러선으로 5배 올랐을 정도다.
DSP 한우물파기가 TI를 21세기 새 세상의 주역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